탄핵찬반 시민끼리 ‘정치적 린치’ 확산… ‘좌표’ 찍고 테러 위협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2일 03시 00분


SNS서 “정신병 있냐” 욕설 비방
신상털기-가게 찾아내 별점 공격
전문가 “군중심리에 기댄 범죄
사회안정 위협… 강력 처벌해야”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다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가 가게 평점이 1.4점까지 내려갔다.”(서울 용산구 자영업자 김모 씨)

“대통령이 주장한 ‘부정선거’는 사실이 아니라는 영상을 올린 뒤 내가 ‘화교’ ‘중국인’이라는 소문이 퍼졌다.”(이모 변호사 겸 유튜버)

12·3 불법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일반 시민이 시민에게 온·오프라인에서 위해를 가하고 협박하는 ‘정치적 린치(lynch)’가 늘어나고 있다. 자신과 이념,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일명 ‘좌표’를 찍고 가게에 낮은 별점을 주거나, 신상을 찾아내 유포하는 식이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에서 “정신병이 있냐” 등 비난 메시지를 받았다는 피해자도 있다. 전문가들은 극단적으로 분열된 사회 분위기와 군중 심리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 테러 예고 글부터 스토킹까지

19일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영장 발부한) 판사 죽이자” 등의 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전날에는 윤 대통령의 체포적부심사 청구를 기각한 판사를 살해하겠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판사가 아니라 평범한 일반 시민을 겨냥한 ‘온라인 린치’도 늘고 있다. 구독자 7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이모 변호사는 최근 ‘대통령 등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란 취지의 영상을 올렸다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표적이 됐다. 이후 그의 유튜브 채널에 수천 개의 비난 댓글이 달렸고, 변호사 사무실에도 협박 전화가 걸려왔다. 이 변호사는 “제가 화교라거나 중국 유학생 출신이라는 소문까지 퍼졌다”며 “수십 명이 전화를 걸어 욕을 하니 악몽에 시달린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는 한 시민은 “윤 대통령을 체포해야 한다”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린 뒤 “당신 가게 주소를 확인했으니 찾아가겠다”는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저와 견해가 다른 분이 가게 주소를 온라인에 유포했다”며 “사이버범죄수사대에 신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9일 벌어진 서울서부지방법원 난입 역시 이런 ‘정치적 린치’가 군중에 의해 극단적으로 발현된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이의를 제기하기보다는, 폭력으로 즉각적인 ‘실력 행사’에 나섰다는 것이다. 당시 법원 내부에 침입한 시위대와 유튜버 등 46명 전원에 대해 서울서부지검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 전문가들 “사적 테러, 처벌 수위 높일 필요”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동은 경중을 떠나 모두 범죄라고 지적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적 테러는 형법상 범죄로, 이런 탈법 행위를 방치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통합과 안정성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부 사람이 익명으로 군중 심리에 기대 파괴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며 “이런 행동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온라인 린치’는 전파가 빠르고 광범위하다”며 “이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진실이 확인되지 않은 게시글은 접근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비방 목적의 게시글을 방치한 온라인 사이트 운영자에게도 불법 행위 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며 “사건이 벌어지면 차단 조치가 빠르게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찬반 시민#정치적 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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