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6시 29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 탑동 한 건물 3층에서 화재가 났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불이 난 집에서 30대 손자에게 안긴 채 밖으로 대피했던 90대 할머니가 끝내 숨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4일 오전 6시 29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 탑동 한 건물 3층에서 연기가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건물은 1층에 상가, 2층에 교회, 3층에 주택이 있는 구조다.
주택에 거주하던 남성 A 씨(37)는 집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한 걸 알아차린 뒤 할머니 B 씨(95)와 함께 계단으로 탈출하려 했다. 그러나 이미 집안에 연기가 가득 차 현관문으로 대피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A 씨는 B 씨를 안고 안방 창문을 통해 건물에 붙어있는 2층 높이 패널 지붕 위로 뛰어내렸다. A 씨는 거동이 불편한 B 씨를 우선 지붕 위에 남겨둔 채 지상으로 내려와 119 신고를 시도했다. 당시 이미 목격자에 의해 신고가 접수된 뒤였다.
소방이 패널 지붕 위에 있는 할머니를 구조하고 있다. 채널A소방 당국은 신고 접수 약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으며, 인명 피해를 우려해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이후 펌프차 등 장비 32대와 인원 96명을 동원해 30여 분 만에 불을 모두 끄고, 패널 지붕 위에 있던 B 씨를 구조했다.
당초 A·B 씨 모두 생명에 지장이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식 저하 상태로 인근 병원에 이송됐던 고령의 B 씨는 치료 도중 끝내 숨졌다.
손자 A 씨는 상반신에 2도 화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 영등포 한 화상 전문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A 씨는 최근 건강이 악화한 할머니를 보살피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주민은 “손자가 엄청 착하고 할머니에게 잘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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