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사칭광고, 피해규모 1조…언제까지 팔짱만” 송은이·황현희의 호소

  • 뉴시스
  • 입력 2024년 3월 23일 20시 02분


코멘트

유명인 사칭 SNS·배너 광고와 사기피해 확산…들고 일어난 사칭 당사자들
확인된 사칭 피해 규모 500억…"전체 피해 규모 1조원 육박"
팔짱 낀 플랫폼 기업들…"조치를 취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뉴시스

“힘들게 아르바이트하며 모은 전 재산을 날린 20대부터 돌아가신 남편의 암보험금을 모두 잃은 분, 평생 모은 노후자금을 잃은 분들까지…이런 피해가 너무나 많다는 것을 지켜보며 가만히 있어선 안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방송인 송은이가 다소 굳은, 그래서 결연해 보이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지난해부터 그를 괴롭히고 있는 본인 사칭 광고와 이를 매개로 벌어지는 피싱 피해 이야기다. 송씨가 사칭 광고의 대상이 된 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한 사진 한장이 발단이 됐다고 한다. 그는 “제가 SNS에 올렸던 사진에 이상한 책을 합성한 투자광고를 보게 됐고, ‘이거 언니 아니죠?’란 지인들의 질문을 수도 없이 받게 됐다”고 말했다.

송 씨는 지난해 10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최초로 피해 사실을 알리고 “연예인 사진에 책을 합성해 광고하는 사례가 많으니 각별히 주의하시라”고 당부했다.

더욱 큰 문제는 그 이후였다고 한다. 본인이 직접 나서 ‘사진을 도용 당했다’고 알리고 해당 플랫폼에 수없이 삭제 요청을 했는데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사칭한 투자광고는 일일이 대응할 수 없는 숫자로 불어났다. 광고를 본 팬들의 피해사례도 속속 나왔다고 한다.

송 씨는 “제가 실질적으로 금적적인 피해가 있건, 없건을 떠나서 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면서 “저를 사랑해주시는 대중들이 이러한 범죄에 눈물흘리는 일이 없도록 많은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수없이 삭제 요청하고 수없이 피해 호소했는데…“이제는 삭제조차 힘든 수준”

지난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김미경 강사, 방송인 송은이,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코미디언 황현희가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이들은 자신들 뿐만 아니라 셀 수 없이 많은 유명인들의 사진과 이름이 사칭 광고, 온라인 피싱 범죄에 이용 당하고 또 이 광고로 국민들이 피해받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단 입장을 전했다.

이들은 “그동안 피해를 당한 유명인들은 개인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다”면서 “경찰 고발을 하고 플랫폼에 사칭 계정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하고 각자의 채널과 개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칭 사기이니 속지 말라고 수없이 경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상대는 일반적인 금융사기범이 아닌 보이스피싱 조직”이라며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 부으며 해외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온라인 피싱 범죄를 개인이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공동대응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리딩방 사기 피해 못해도 1조원 규모 될 것” 분석도

유명인을 사칭한 가짜 광고는 지난해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SNS과 구글 배너광고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종인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 손석희 전 JTBC 사장, 외식사업자 백종원, 코미디언 장동민, 홍진경, 배우 이영애, 김희애, 배용준, 김상중 등 수 많은 유명인이 피해를 입었다.

이같은 사칭 피해가 극성을 부리면서 국정감사장에서도 이슈가 되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관련기관들이 일제히 유명인 사칭 불법광고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유명인 사칭 광고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심지어 자신의 사진과 이름을 도용당한 유명인의 피해는 물론, 유명인이 나오는 광고를 믿고 돈을 송금하거나 투자한 피해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사칭 온라인피싱 범죄는 유명인 광고에 관심을 가진 사람을 무료 책·높은 수익률을 미끼삼아 카카오톡, 네이버밴드 등에 있는 주식리딩방으로 유인한다. 이후 가짜 수익률을 보여주다가 투자하라며 입금을 요구하거나, 출금하려면 증거금을 넣으라며 입금을 유도한 뒤 잠적하는 수법을 보인다.

경찰 집계에 따르면 유명인 사칭을 포함한 ‘투자리딩방’ 불법행위 피해 건수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만 1000건이 넘고 피해액은 1200억을 넘어섰다. 아울러 이날 참석한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실제 피해자들의 피해액 합계가 1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한 변호사는 “최근 6개월 간 리딩방사기로 접수된 피해 신고 합계가 1000억원이 넘고, 유명인 사칭 피싱 피해 규모 합계만 500억원이 넘었다”면서 “보통 특정 사기 사건이 발생하면 저희가 담당하는 비율이 5%미만인 것을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대략 1조원 규모이지 않을까 추산한다”고 말했다.

◆ 국민 피해 두고 볼 수 없어…“플랫폼 책임있는 행동해야”

김미경, 송은이 등은 자신들을 사칭한 광고에 일반 국민들이 현혹되지 않도록 ‘사기 수법에 속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플랫폼기업, 정부에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로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책임을 다해 달라’고 호소했다.

플랫폼 기업엔 현재 자신들의 광고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전 방지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정부엔 온라인 사칭 범죄를 일반적인 금융 사기가 아닌 보이스피싱 범죄로 규정하고 전담팀을 꾸려, 엄중히 수사하고 범죄자들을 끝까지 찾아내 강력히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미경 강사는 “최첨단 테크 기술을 가진 세계 최고의 플랫폼 기업들은 현재 이와 같은 범죄 광고를 사전에 필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면서 “담당자를 찾는 것도 힘들고 자신들의 커뮤니티 규정을 위반하지 않아서 조치를 취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수 없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황현희는 “플랫폼 업체별 관련 피해구제 전담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씨는 “일부는 유선상 상담원이 없어서 대화를 하려면 이메일을 보내야 되고, 또 답장을 받는데까지 최대 2~3주는 걸렸다”면서 “채팅을 통해 안내한다고 해도 바로바로 답이 오는 법이 없고 ‘확인해서 연락하겠다’는 회신이 왔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인 네이버, 카카오조차도 개인정보를 보내고,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조치하는데 까지 3~4주가 걸렸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