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멈춘 서울지하철…“운행차량 칸 절반이상 20년 넘어”

  • 뉴시스
  • 입력 2024년 3월 20일 0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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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1호선 도봉역·도봉산역서 열차 고장
15일 3호선 열차 고장으로 원당역 무정차
5년간 서울 지하철 철도사고·운행장애 63건
"여러 문제 연관…특히 열차 노후화 고장↑"
노후 전동차 교체 진행률은 38.3%에 불과
"노후화 방치하다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뉴시스
최근 서울 지하철 1호선·3호선 등에서의 열차 고장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잦은 고장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노후 차량 교체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9시10분과 오전 11시8분께 도봉역과 도봉산역에서 인천행 열차가 고장으로 잇따라 멈춰서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고장이 발생한 두편의 열차에는 각각 400명과 200명이 탑승해 있었는데, 열차 고장에 따라 승객들은 환승하는 등의 불편을 겪기도 했다.

특히 오전 9시10분 첫 열차 고장으로 뒤따르던 9개 열차가 10~40분간 지연됐고, 오전 11시8분께 발생한 열차 고장으로 후속 9개 열차가 15~60분간 지연됐다.

지난 15일에는 서울 지하철 3호선 열차 고장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그날 오전 5시30분께 3호선 일산선 정발산역~구파발역 구간 모든 차선이 정전됐고, 3호선 원당역에는 서울 방면 열차가 정차하지 않지 않기도 했다.

시민들은 반복되는 열차 고장이 대형사고로 번질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고장난 열차를 갈아타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승객이 몰려 ‘과밀 사고’가 벌어질까봐 두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매일 아침마다 서울 강북구에서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박모(28)씨는 “특히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이 고장 나 연착이 되면 회사 생활을 하는 우리들에게 큰 타격이 된다”며 “사고 이전에 몇백 번의 작은 징조가 지나간다는데 정말 금방일 것 같아 무섭다”고 말했다.

경기 안양시에서 서울 영등포구로 출퇴근하는 김민지(27)씨는 “제가 키가 작은 편이라 평소에도 서울 지하철에 사람이 많아 숨쉬기가 어려울 때도 있는데, 지하철 고장으로 좁은 공간에 사람이 더 몰리면 정말 압사 사고가 나지 않을까 무서움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서울 지하철 열차 고장·사고 빈도는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교통공사(서교공)의 ‘2022년 안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서울 지하철 철도사고·운행장애 건수는 ▲2018년 7건 ▲2019년 7건 ▲2020년 10건 ▲2021년 22건 ▲2022년 17건으로 매년 증가하다 소폭 감소한 상황이다.

해당 기간 유형별 발생 건수는 철도교통사고 11건(충돌 3건·탈선 4건·기타 3건), 철도안전사고 18건(철도화재 3건·철도시설파손 2건·기타 13건), 운행장애 24건(20분 이상 운행 지연 21건, 무정차 통과 3건)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열차 고장·사고 원인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내구연한이 다 된 노후 전동차 영향도 크다고 지적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뉴시스에 “보통 지하철 고장에는 인적·전기적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연관이 된다”면서도 “분명 30년 이상된 노후화 열차가 과도하게 배차돼 운행이 되면 고장은 잦을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방치하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12월 기준 서울 지하철의 1~8호선 전동차 총 3675칸(량) 중 20년 이상된 차량은 2037칸(56.4%)에 달했다. 특히 이중에서 법적 최대 내구 연한인 25년을 넘은 차량은 1214칸(33.6%), 30년 이상된 노후 차량은 214칸(5.9%)이었다.

서교공 관계자는 “10칸짜리 지하철 1대에서 한 칸에서만이라도 노후화로 인한 부품 마모나 헐거워짐 등의 문제가 생기면 전체 열차에 영향이 미치게 된다”며 “그래서 지하철 노후 차량은 칸별로 관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교공은 꾸준히 노후 전동차를 교체하고 있지만 교체 진행률은 2022년 12월 기준 38.3%(전체 교체물량 2472칸 중 948칸 교체)에 그친다.

서울시의회 업무보고 자료를 보면 서교공은 2014년부터 오는 2028년까지 총 3조3914억원을 투입해 노후 전동차를 전면 교체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여전히 미친한 수준이다.

철도노동조합 관계자는 “최근 열차를 교체하고 있지만 예산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기본 운행 기간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열차가 오래되면 부품이 마모되면서 연결고리나 전류계통 등의 이상이 생기게 되고 결국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철도 사고는 노후화 문제만으로 규정할 수는 없지만, 분명 이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예산을 투입해 교체해 나가야 한다”며 “또 지하철 고장가 발생했을 때 그 사고 대처 능력들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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