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 참여위해 아이 학교 배정 바꿔”… 일부선 강사 못구해 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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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1학년 늘봄학교 시행 첫날
오전 수업前 기초체육-코딩에… 오후엔 에어로빅-바둑 등 다양
경기 73%-서울 6% 참여 편차 커… 교사 등 “업무 증가” 반발도 여전

뛰노는 경기 늘봄학교…  도입 앞둔 서울 초교 4일부터 1학기 늘봄학교가 시행된 경기 화성시 송린초에서 학생들이 
놀이체육 시간에 점프 운동을 하고 있다(위쪽 사진). 이 학교는 올해 입학한 초등 1학년 66명에게 에어로빅·힙합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한다. 아래쪽 사진은 5일부터 늘봄학교를 시행하는 서울의 한 초교 돌봄교실에서 한 학생이 책을 읽는 모습. 
앞쪽 교사가 늘봄학교 도입에 대비해 수업 교재를 연구하고 있다. 화성=이한결 always@donga.com·최혁중 기자
뛰노는 경기 늘봄학교… 도입 앞둔 서울 초교 4일부터 1학기 늘봄학교가 시행된 경기 화성시 송린초에서 학생들이 놀이체육 시간에 점프 운동을 하고 있다(위쪽 사진). 이 학교는 올해 입학한 초등 1학년 66명에게 에어로빅·힙합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한다. 아래쪽 사진은 5일부터 늘봄학교를 시행하는 서울의 한 초교 돌봄교실에서 한 학생이 책을 읽는 모습. 앞쪽 교사가 늘봄학교 도입에 대비해 수업 교재를 연구하고 있다. 화성=이한결 always@donga.com·최혁중 기자
“허벅지 힘으로 오른발 하나, 둘, 셋, 넷…!”

4일 오후 1시 경기 화성시 송린초등학교. 에어로빅을 가르치는 김경희 강사가 의자에 구부정하게 앉은 1학년 신입생의 허리를 펴며 일으켜 세웠다. 김 강사는 “놀이터 등 외부 활동 경험이 많지 않은 아이는 10분만 걸어도 힘들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기초체력이 떨어지면 심리적으로도 위축될 수 있어 초반에는 체력 단련에 초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린초는 이날부터 초1 대상 늘봄학교 운영을 시작했다. 초1 자녀를 둔 회사원인 김모 씨(48)는 “처음 배정된 학교는 늘봄 시행 여부가 불확실해 송린초로 배정을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며 “운동을 하며 아이들이 서로 금세 친해지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된다”고 했다.

● 학교-학부모-지역사회 함께 운영
이날 늘봄학교 현장에서 만난 학생과 학부모 상당수는 새로 도입된 제도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늘봄학교는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해 학교가 오전 7시∼오후 8시 돌봄과 교육을 담당하는 제도다. 누구나 원하면 무료로 방과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고, 저녁 식사도 제공된다. 늘봄학교 운영을 맡은 박성환 송린초 교사는 “돌봄 전담사들과 외부 강사들이 늘봄학교 돌봄, 초1 맞춤형 프로그램, 방과 후 수업을 진행한다”고 했다.

정규 수업 시작 전인 오전 8시부터는 기초체육 및 코딩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학생 52명이 참여해 차례로 미니허들을 넘고 피구 수업을 했다.

오후에는 에어로빅, 치어리딩, 바둑·체스, 생명과학 등 10개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자녀가 로봇과학, 미술 등 수업 4개를 듣는 채모 씨(41)는 “외부 학원에서 비슷한 과목을 수강하려면 비용이 40만 원가량 든다”고 말했다. 두 자녀를 둔 엄마 허모 씨(41)는 “일이 늦게 끝나는데 아이들을 시부모님께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에어로빅과 치어리딩 등 체육 수업이 많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송린초는 학교,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늘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피구 수업을 맡은 홍일권 대한피구연맹 전문 지도사는 학교 근처에 사는 주민이다. 학내 치어리딩 팀 ‘블루웨이브’를 맡은 손연희 강사는 자녀 셋이 모두 송린초에 다닌다. 이미숙 돌봄 전담사(54)는 “오후 7시 이후에는 지역 복합문화시설인 송린이음터나 지역아동센터에서도 늘봄학교의 일환으로 돌봄을 제공한다”며 “다양한 시설에서 늘봄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보니 워킹맘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 일부 학교는 강사-프로그램 혼선도
늘봄학교는 올 1학기에 전체 초교(6175곳)의 44%에 해당하는 2741곳에서 전국적으로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2학기에 모든 초교로 확대될 예정이다.

다만 일부 학교에선 시행 첫날까지 강사를 못 구하거나 프로그램을 확정하지 못해 시행이 미뤄지는 등 혼란도 나타났다. 한 초1 학부모는 “늘봄을 시행한다는 말은 들었는데 정확한 프로그램 공지도 아직 없었다”고 했다. 일부 학교는 이달 중순이나 말부터 늘봄학교를 시행할 방침이다.

업무 증가를 우려하는 교사와 행정직 등의 반발도 여전하다. 5일부터 관내 초교 대부분에서 늘봄학교를 시행하는 강원 지역에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일부 학교 교문 앞에서 늘봄학교 시행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

도입 학교 수도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크다. 경기 지역은 전체 1330개 초교 중 73.3%(975곳)가 늘봄에 참여한다. 반면 서울은 참여 비율이 6.3%에 그친다. 서울시교육청은 올 상반기(1∼6월) 중 추가 시행 학교를 확보할 계획이지만 일부 학교에선 “지금 상태로 2학기에 전면 시행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늘봄학교
평일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학생을 돌봐주는 제도. 올해 1학기에 전국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한 후 2학기부터 모든 초교 6175곳에서 초1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내년에는 초2까지, 2026년에는 초6까지 확대된다.

화성=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늘봄학교 시행#초등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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