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의대 ‘졸업식 쓴소리’ 학장 “평소 소신”…다음날도 진료·무료상담 “난 의사, 환자 봐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9일 12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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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발언은 내 평소 소신입니다. 누구 편 들은 것도 아니고요. (주변 의사들에게) 비판의 말 당연히 많이 들었지만 부담되는 것 없습니다.”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회 전기 학위수여식(졸업식) 축사에서 “받은 혜택을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진 의사, 사회적 책무를 위해 희생하는 의사가 돼야 한다”고 한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54)은 28일 오후 동아일보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가 졸업식 축사로 화제에 오른 뒤 언론과 대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발언 이후 주변에서) 걱정하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신경쓰지 않는다”며 예정된 진료와 강좌 일정을 그대로 소화했다.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서울대병원 홈페이지 캡처.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서울대병원 홈페이지 캡처.


● “작심 아닌 원래 소신, 주변서 걱정하지만 신경 안 써”

이날 김 학장은 이른바 ‘작심 발언’이라 평가받는 전날 졸업식 축사에 대해 “작심으로 한 것 아니다”라며 “이것(전공의 이탈) 때문에 한 건 아니고, 물론 그런 것(전공의 이탈)이 있으니까 강조한 면이 있지만 내 원래 소신”이라고 강조했다.

김 학장은 전날 졸업식에서 “지금 의료계는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다”며 “요즘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공공의료 붕괴에 따른 의대 정원 증원 등 사회적 화두에 대해 국민은 우리 대학에 한층 더 높은 사회적 책무를 요구하고 있다”고 축사했다. 또 “국민들 눈높이에서 바라봐야 한다. 여러분은 자신이 열심히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에 숨어 있는 많은 혜택을 받고 이 자리에 서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애초 배부된 졸업식 안내 자료엔 김 학장의 이 같은 발언은 담겨 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학장은 주변 동료, 선후배 의사들의 반응에 대해선 “저에게 걱정스러운 얘기 하고 ‘그런 얘기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얘기한 교수님들 있다”면서도 “(축사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 신경 안 쓸 것”이라고 덤덤히 말했다. 다만 의대 내에서 자신에 대한 퇴진 요구가 나온다는 일설에 대해선 “학장 사퇴 요구는 받은 적 자체가 없다. 교수님들 여론이 사퇴 여론이라는 것도 들어본 적 없다”고 일축했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 행정실 앞에 여러 대학병원의 전공의 모집 홍보 책자가 쌓여 있는 모습. 최원영 기자 o0@donga.com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 행정실 앞에 여러 대학병원의 전공의 모집 홍보 책자가 쌓여 있는 모습. 최원영 기자 o0@donga.com


● “내가 의산데 환자 봐야지”… 축사 다음 날도 환자 진료·무료상담
이날 인터뷰는 사전 약속 없이 김 학장이 환자와 보호자 대상으로 무료 강좌를 마치고 돌아가던 중에 이뤄졌다. 그는 “너무 민감한 시기라서 가급적 인터뷰를 피하고 있다”라며 기자 질문에 짧게 대답했다.

실제로 김 학장은 이날 오전 평소처럼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로서 뇌혈관 질환 환자를 진료했다. 오후엔 모야모야병 환자 무료 상담에도 참여했다. 그가 동료 교수들과 함께 참여한 서울대 어린이병원 ‘모야모야병 환우와 함께하는 무료 공개강좌’에는 70여 명의 환자와 보호자가 몰렸다. 정해진 강좌 일정은 1시간 30분이었지만 환자의 상담과 질문에 모두 응하느라 예정보다 20분 늦게 끝났다. 그는 “진료도 하고 다 하고 있다. 내가 의산데 환자를 봐야지”라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해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전임의(펠로)를 마친 김 학장은 의학과장, 연구부학장 등 서울대 의대 내 주요 보직을 거쳐 2021년 12월 학장으로 임명됐고, 지난해 12월 재선임됐다. 그는 평소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의 책무와 사회적 리더십에 대해 꾸준히 강조해온 인물이다.

김 학장이 2002년 뇌혈관 의사로서 본격적으로 근무한 첫 병원은 고향인 제주의 제주대병원이었다. 선배와 동료들이 ‘서울에 남으라’고 만류했지만 “제주에 뇌 수술을 할 의사가 부족하다”며 내려간 일화가 의료계에 유명하다.

한편 정부는 전공의 집단사직이 시작된 지 11일째인 29일을 복귀 시한으로 최후통첩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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