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병간호 봉사한 60대, 장기기증으로 3명에 ‘새 삶’ 선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31일 15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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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간호 봉사를 위해 찾은 병원에서 갑작스럽게 쓰러진 60대 여성이 장기기증으로 3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8일 인천 부평구 인천성모병원에서 황영옥 씨(69)가 간장, 좌·우 신장을 기증하고 눈을 감았다고 31일 밝혔다.

황 씨는 지난달 5일 봉사를 위해 찾은 인천성모병원에서 쓰러졌다. 인천성모병원은 황 씨가 10년 넘게 병간호 봉사를 하던 곳이다.

황 씨는 급히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황 씨의 가족은 꾸준히 봉사해온 황 씨가 아픈 사람을 살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판단해 기증에 동의했다.

황 씨는 동생의 권유로 20년 전부터 노인복지회관과 병원에서 병간호 봉사를 꾸준히 해왔다. 활발하고 사교성이 좋았던 황 씨는 주변 사람과 나누고 함께 하는 것을 좋아했다.


황 씨의 동생 황영희 씨는 “어머니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셔서 언니가 내 학비도 내주고 친엄마처럼 돌봐줬다”며 “어려운 살림에도 늘 가족과 남들을 돕던 착한 언니였기에 더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이어 “32년 전 시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안구 기증을 했다”며 “누군가를 돕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황영희 씨는 눈물을 흘리며 언니에게 “같이 여행 가자고 했는데, 내가 일한다고 나중에 가자고 한 게 너무나 미안해. 하늘나라에서는 고생하지 말고, 언니가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어. 엄마와 먼저 만나서 잘 지내고 있어”라는 말을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남을 위해 봉사를 하러 간 병원에서 생명 나눔을 실천하신 기증자와 그 뜻을 함께해 주신 기증자 유가족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며 “삶의 끝에서 전해준 희망은 새로운 생명으로 밝게 피어나 세상을 환하게 밝힐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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