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며 바둑, 깨어보니 죽어있었다” 혐의 부인…검찰 중형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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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1월 12일 0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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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
함께 술을 마시고 바둑을 둔 이웃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에게 검찰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피고인은 무죄를 주장했다.

11일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진재경)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A 씨(69)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5년간 보호관찰 명령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특별한 관계가 없는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벌어진 사건으로, 피해자가 사망해 진술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피고인은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상해치사와 여러 차례의 폭력 전과가 있음에도 알코올 관련 내용이나 자신의 범행에 대해 진지한 반성을 하지 않아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 씨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A 씨 변호인은 “피고인과 피해자는 사건 당일 처음 만나 화기애애하게 식사하고, 술을 마시고, 바둑을 뒀다”며 살해 동기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는 해당 건물 거주자 진술을 근거로 범행 시각을 특정했으나 시간에 대한 진술이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이 제출한 폐쇄회로(CC)TV 영상은 주거지 앞 도로만 비추고 있으며 주거지 건물 뒤쪽 논이나 밭, 주차장 등을 통해 누구나 (건물) 출입이 가능하다”며 “제출된 CCTV 영상만으로는 건물 출입 사항을 명확히 확인할 수 없어 제3자 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다.

이에 검찰은 “이 사건 범행 도구인 흉기에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지문밖에 없다. 당시 누군가 출입했다면 주변 소리가 잘 들리는 건물이기 때문에 거주자들이 느꼈을 것”이라며 “제3자가 침입해 범행을 저지르고 피해자의 혈흔을 피고인 의복에 묻히고 도주하는 건 합리적 범위를 넘어선 과한 추측”이라고 했다.

A 씨는 최후진술에서 “그날 제가 마당에서 시끄럽게 기계를 쓰는 바람에 미안해서 (피해자에게) 막걸리를 사다 드렸더니 저한테 ‘형님 같은 분은 처음 봤다’며 술 한잔 마시자고 했고, 1년 만에 처음으로 같이 소주를 먹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도 너무 무섭다. 당시 자고 일어나 보니 사람이 죽어 있었고 너무 무서워서 휴대전화를 찾다가 2층 집주인에게 가서 신고 좀 해 달라고 했다”며 “제 결백보다 같이 술을 마셨던 분이 돌아가셔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A 씨는 지난해 7월 8일 오후 11시 40분경 제주 서귀포시의 주거지에서 60대 B 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건물에서 각각 홀로 지내던 두 사람은 사건 당일 처음 만나 식당에서 소주 3병을 나눠 마시고, A 씨 주거지로 옮겨 술자리를 이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A 씨가 B 씨와 술을 마시며 바둑을 두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소리치며 B 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른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내달 열릴 예정이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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