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따라 또 오른 실업급여 하한액… 하루 6만3104원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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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 의욕 떨어뜨려… 개편 필요”

월 200만 원가량의 최저임금을 받다가 최근 실직한 근로자 A 씨는 이달부터 실업급여(구직급여)로 매달 189만3120원을 받게 된다. 실업급여는 통상 이직 전 3개월 평균 임금의 60%를 주지만 저임금 근로자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최저임금의 80%를 하한액으로 정해 놨기 때문이다.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실업급여 하한액은 하루 6만3104원으로 지난해보다 1536원(2.5%) 올랐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지난해보다 2.5% 많은 9860원으로 책정되면서 함께 오른 것이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 가입자가 해고 등의 비자발적인 이유로 일자리를 잃고 재취업 활동을 하는 기간에 생계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문제는 실업급여 하한액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상한액(하루 6만6000원)에 근접했다는 것이다. 상한액은 정부가 정하는데 6년째 제자리다 보니 월급 500만 원을 받았던 실업자도 수급액은 매달 198만 원으로 최저임금을 받았던 실업자와 큰 차이가 없다.

전문가 사이에선 지속적으로 오르는 실업급여 하한액이 저소득층 실업자의 구직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어 하루빨리 실업급여를 포함한 고용보험제도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업급여 상-하한액 차이 2896원 불과… 조만간 역전 가능성도


또 오른 실업급여 하한액
하한액은 매년 자동으로 오르고… 상한액은 경제상황 고려해 조정
“선진국 비교해도 하한액 높은수준… 재취업 대신 ‘반복수급’ 부추겨”
고용보험법에 따라 실업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80%’로 정해져 있어 최저임금이 오르면 실업급여 하한액도 자동으로 오르는 구조다. 반면 실업급여 상한액은 고용부에서 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할 때마다 조정한다. 그러다 보니 하한액만 매년 자동으로 오르면서 상한액과 거의 차이가 없어졌다. 박철성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국내 실업급여 하한액이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 상-하한액 ‘역전 현상’ 우려


1995년 실업급여 제도가 처음 도입될 때는 하한액 없이 상한액만 있었다. 고소득자에게 지나치게 많은 실업급여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였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1998년 정부는 “저소득 실업자의 생계를 충분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로 하한액을 설정했다. 당초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70%로 설정됐는데 단계적으로 최저임금의 90%까지 확대되면서 상한액과의 차이가 줄었다.

2016년에는 실업급여 하한액이 하루 4만3416원으로 상한액(4만3000원)을 넘어서는 역전 현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당시 정부는 하한액으로 일괄 지급하고 대신 이듬해 상한액을 올리며 역전 현상을 해소했다. 또 고용부는 2019년 실업급여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90%에서 80%로 낮췄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시절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2018, 2019년 최저임금을 각각 전년 대비 16.4%, 10.9% 급격하게 인상하며 다시 하한액이 급등하게 됐다. 혼란을 막기 위해 하한액을 2019∼2022년 동결했지만 이미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 뒤라 동결 기간이 끝나자 하한액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결국 2017년 4만6584원이던 하한액은 지난해 6만1568원으로 32.2% 올랐다. 또 올해 실업급여 하한액과 상한액 차이는 2896원까지 줄어 조만간 역전 가능성이 제기됐다.

● “반복 수급 부추기는 제도 개편 시급”

실업급여 하한액이 최저임금으로 받는 월급과 비슷하다 보니 실업자들이 재취업 대신 실업급여에 의존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5년 동안 3번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반복 수급자’는 2021년과 2022년 각각 10만 명을 넘었다. 지난해 반복 수급자도 10만 명 이상으로 예상된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고용보험료를 내야 하는 기간이 180일에 불과해 그만큼만 일하고 다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반복 수급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실업급여를 24년 연속해서 받은 경우도 있었다.

실업급여 부정 수급도 문제로 지적된다. 고용부는 지난해 5∼7월 특별점검을 실시해 부정수급자 380명을 적발했다. 이들은 실업급여를 받다가 재취업한 뒤에도 그 사실을 숨기고 계속해서 급여를 받는 등의 방식으로 총 19억1000만 원을 부정하게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기여기간을 늘리고, 하한액을 최저임금과 연동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고용보험 가입 대상은 확대하는 대신 급여 수준은 낮춰서 실업자의 취업 의욕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최저임금#실업급여#구직 의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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