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은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히든카드’를 제시하며 이 대표의 증거인멸 우려를 강조했고, 이 대표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불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단식 종료 후 입원 치료를 받다가 영장심사에 출석한 이 대표도 발언권을 여러 차례 얻어 혐의를 부인하며 의견을 적극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 “증거인멸 정황 더 있다” vs “검찰이 이화영 회유·압박”

검찰은 구속영장에는 담지 않았던 이 대표의 증거인멸 정황을 법정에서 대거 공개했다. 검찰이 현직 검사 10명을 투입해 약 500쪽의 프레젠테이션(PPT)으로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자, 박균택 전 고검장과 김종근 이승엽 전 부장판사 등 6명의 이 대표 측 변호인단은 150쪽 분량의 PPT로 맞섰다.
검찰은 또 대북 송금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 대표의 지시로 윤모 당 대표실 정무조정부실장이 경기도 공문을 불법 유출한 정황도 파악했다고 한다. 검찰은 영장심사에서 이를 공개하며 “지금도 진행 중인 노골적인 사법 방해 시도 등을 고려하면 향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집중적으로 회유와 압박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 대표 측은 “이미 진행 중인 관련 재판을 통해 관련자들 다수의 법적 증언이 확보됐고, 문건이 유출됐다고 해서 증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이 1년 반에 걸쳐 광범위한 수사를 한 만큼 더 이상 인멸할 증거도 없고, 법리상 죄가 안 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증거 인멸 우려까지 갈 필요도 없다”는 논리를 폈다고 한다. 또 “대북 사업은 이 전 부지사의 전결”이라며 검찰이 회유와 압박을 통해 이 전 부지사의 허위 진술을 얻어냈다는 입장을 이어갔다.
● 이재명 대표, 법정서 적극 의견 개진
이 대표가 이른바 ‘검사 사칭’ 재판에서 위증교사한 혐의와 증거인멸 등 구속의 필요성을 두고 다투는 단계에선 검찰과 변호인단 사이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이 대표가 ‘백현동 브로커’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측근 김모 씨에게 “이 사건에 대해 증언을 한다면 그렇게 가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허위 증언을 요구하는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이 대표도 검찰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발언하며 불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영장심사에서 이 대표는 중간중간 발언권을 얻어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며 최후진술에선 “한 푼의 이익도 취하지 않았는데 대장동 개발 이후 세상의 공적이 돼 버린 것 같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