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 상자 240만 개가 쉴 새 없이 쏟아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추석 앞둔 중부권광역우편물류센터
사과 상자 등 명절 선물 몰리며, 지난달 대비 작업량 65% 늘어
내달 5일까지 ‘특별 소통 기간’
단기계약직 200명 투입해 대비

추석을 앞두고 대전 동구에 있는 중부권광역우편물류센터 근로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소포를 밤새 분류하고 있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추석을 앞두고 대전 동구에 있는 중부권광역우편물류센터 근로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소포를 밤새 분류하고 있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과일은 원래도 조심하는데, 요즘에는 귀한 몸이니 더 신경 써서 옮깁니다.”

업무 4년 차 김모 씨(39·여)는 본인 키와 맞먹는 소포 더미 맨 위에서 5kg짜리 사과 상자를 번쩍 집어 들고 이렇게 말했다. 김 씨는 “명절을 앞두고는 새벽에 졸릴 틈도 없다. 50분 일하고 10분 쉬는 시간이 천국 같다”라면서 머리칼에 맺힌 땀을 훔쳤다. 추석 연휴를 앞둔 22일 밤 우정사업본부 중부권광역우편물류센터. 축구장 4개를 합친 넓이(2만8428㎡)의 건물에서는 들락날락하는 화물차 소리와 빠르게 돌아가는 기계 소리가 뒤섞여 휘몰아쳤다.

전국에서 부친 소포를 싣고 온 대형 화물차들은 짐을 내리는 독(dock)에 꽁무니를 넣기 바빴다. 화물차 짐칸 문이 열리자 손바닥만 한 것부터 몸통만 한 것까지 갖가지 크기의 소포 상자가 와르르 쏟아졌다. 우체국 소포는 상자의 가로, 세로, 높이를 합쳐 길이 160cm, 무게 30kg까지 부칠 수 있다. 3륜 전동차가 기차처럼 줄줄이 연결된 철제 운반기에 분류할 소포를 싣고 쉼 없이 움직였다.

● 비싼 과일 대신 포장 김이 대세
중부권광역우편물류센터는 2020년 2월 대전 남대전 나들목 근처에 들어섰다. 이곳에는 전국 우체국에서 접수된 소포가 당일 밤에 모인다. 이후 분류작업을 거쳐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배송지에 맞춰 분배돼 퍼진다. 터미널로 치면 환승하는 곳 역할을 하는 셈이다. 소포는 접수 다음 날까지 배달돼야 해서 분류작업은 오후 6시경 시작해 다음 날 오전 3, 4시경에 끝난다. 평일(월∼금요일) 중 소포 물량이 제일 많은 건 월요일이다. 주말이 껴 있어 다른 요일에 비해 접수가 몰리기 때문이다. 명절 대목에는 요일과 무관하게 매일 처리해야 할 소포가 집중된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추석 전 주인 18일부터 22일까지 중부권광역우편물류센터에서 처리한 소포는 240만600개다. 지난달 평일 작업량 평균인 145만2000개보다 65% 정도 많다. 2층에서 분류작업을 하는 이모 씨(38·여)는 “소포 내용을 보면 그해 경제 사정을 가늠할 수 있는데 올해는 포장 김이 많다”고 말했다. 잦은 비와 탄저병 영향으로 사과나 배 가격이 올라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김을 주고받는 것으로 보인다.

● “추석에 만날 가족 생각에 힘 납니다”
우정사업본부는 18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18일간을 ‘추석 명절 우편물 특별 소통 기간’으로 정했다. 소포를 나르는 차량과 근로자 수를 한시적으로 늘렸다. 중부권광역우편물류센터에는 추석을 앞두고 단기계약직 200명이 투입돼 기존의 450명과 함께 손발을 맞추고 있다.

대전 동구에서 온 단기계약직 김모 씨(37·여)는 “경력이 단절돼 취업 준비 중이다. 아르바이트비(120만 원 정도)를 받으면 병원비로 일부 쓰고, 그동안 기다려준 가족들에게 맛있는 밥을 살 생각이다”라며 웃었다. 옆에서 같이 일하는 이모 씨(38·여)도 “며칠 전 저에게 온 소포도 제가 직접 분류해서 신기했다”라며 “소포 하나에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작업장 입구에는 근로자들을 위한 포도당과 비타민C, 응급처치 용품 등이 놓였다. 안전요원 이은영 씨(50)는 “작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비타민C다. 더 힘내라고 사비(私費)를 들여 껌이나 믹스커피, 여성용품까지 준비했다”라고 전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우편물 특별 소통 기간에 전국에서 1708만 개의 소포가 접수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중부권광역우편물류센터 사과 상자#추석 소포 상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