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능 출제위원 32% 서울대 출신… “선후배간 오류 지적-견제 꺼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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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오류에 “특정大 20% 이하로”
교육부 방침에도 다시 높아져
교수-교사들 출제위원 참여 기피
알음알음 추천… 검토 시스템 붕괴

“서울대 선후배 관계이거나 사제지간이면 이상한 문제를 출제해도 지적하기 어렵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을 지낸 한 인사는 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특정 대학 출신 위주로 출제진이 구성되면 출제, 검토 과정에서 서로 견제하지 않고 오류도 걸러내기 어렵다는 비판이었다.

이날 평가원이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학년도 수능 국어, 수학, 과학탐구 출제위원 3명 중 1명(32.0%)은 서울대 출신이었다. 영어, 사회탐구를 포함한 5개 과목의 서울대 출신 출제위원 비율은 평균 26.2%였다.

● 서울대 출신 비중 여전히 높아


해당 자료를 분석해보면 10년 전인 2014학년도 수능 당시 서울대 출신 출제위원 비중은 27.2%였다. 2015학년도에도 29.8%에 달하는 등 높은 비율이 유지됐다. 당시 수능에서 출제 오류까지 발생하자 교육부는 “출제위원 구성에서 특정 대학 출신 비율을 2018년까지 20% 이하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수능은 500명에 이르는 교수, 현직 교사가 출제, 검토 과정을 협업하는데 일부 집단이 내부에서 인맥, 학맥으로 얽히면 서로 이견을 내기가 쉽지 않다. 평가원장을 지낸 한 교수는 “출제위원은 서로 상대방이 낸 문제를 돌려보며 이의를 제기하고 오류를 지적해야 한다. 그런데 서울대 출신들은 제자와 스승이 함께 출제위원으로 들어오면 제자가 스승의 문제를 지적하길 꺼렸다”고 말했다. 서울대 출신 출제위원 비중은 2018학년도에 19.5%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2, 3년간 다시 상승해 2021학년, 2022학년도는 29%대로 높아졌다.

● “사제지간 위원들, 오류 지적-견제 꺼려”


‘서울대 일색’ 출제위 구성이 출제 오류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22학년도 수능 과학탐구 출제위원은 40.0%가 서울대 출신이었다. 당시 과탐 생명과학Ⅱ에서 출제 오류가 발생해 전원 정답(정답 없음) 처리됐다. 2015학년도에도 과탐 출제위원의 41.2%가 서울대 출신이었는데, 이때도 생명과학Ⅱ에서 출제 오류가 발생해 복수 정답 처리됐다. 평가원은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문제를 출제했는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내부적으로 오류 검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능 출제진의 ‘학맥’ 문제는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메가스터디 인기 과탐 강사였던 이범 교육평론가는 “교수, 교사들은 갈수록 수능 출제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꺼리는 분위기”라며 “이 때문에 출제위원 선정을 특정 학맥, 인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원장을 지낸 한 교수는 “보통 사제지간에서 스승이 제자에게 출제위원을 좀 맡아달라고 하면 대부분 거절하지 않고 오는 분위기였다”며 “알음알음으로 서로 아는 사람끼리 모여 문제를 출제하다 보니 균형과 견제의 원리도 무너지고 오류도 잡아내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평가원은 ‘전임강사 이상’ 자격을 소지한 대학교수와 5년 이상 근무 경력이 있는 고등학교 현직 교사로 구성된 출제 인력 풀을 KICE통합인력풀 시스템을 통해 관리한다. 본인의 신청이나 대학 추천 등을 통해 확보한 3∼5배수 규모의 후보를 무작위로 추첨한 뒤 심사를 거쳐 출제·검토 위원으로 선정하고, 참여를 요청한다. 본인이 응하면 10월부터 출제 합숙에 들어간다. 출제 의뢰를 거절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오승걸 평가원장은 본보에 “앞으로 출제위원 인력 풀 선정·관리를 체계화하겠다”고 밝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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