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응급실 뺑뺑이’ 막는다… 경남도, 24시간 진료 강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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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부터 소아 응급환자 집중 지원
경상국립대병원-양산부산대병원 등
4곳과 협약 맺고 의료 공백 해소
경증 전담 ‘달빛어린이병원’도 확대

경남도는 최근 응급의료기관 4곳과 소아 응급환자 24시간 진료체계 구축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창원시 의창구 도청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박완수 경남도지사(가운데)와 화정석 경상국립대병원 부원장, 이상돈 양산부산대병원장, 고광철 삼성창원병원장, 황수현
 창원경상국립대병원장 등이 참석했다. 경남도 제공
경남도는 최근 응급의료기관 4곳과 소아 응급환자 24시간 진료체계 구축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창원시 의창구 도청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박완수 경남도지사(가운데)와 화정석 경상국립대병원 부원장, 이상돈 양산부산대병원장, 고광철 삼성창원병원장, 황수현 창원경상국립대병원장 등이 참석했다. 경남도 제공
일요일인 올 2월 5일 오후 9시 50분경 경남 거창군에서 6세 아이가 집에서 발작 증세를 보였다. 부모는 119에 신고했고, 출동한 구조대는 아이 상태를 확인한 후 급하게 인근 10개 병원에 연락했다. 그러나 휴일 야간 소아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있다고 답한 병원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아이는 구급차를 타고 136km나 떨어진 창원의 한 종합병원으로 옮겨졌다. 신고가 접수된 지 1시간 40분이 지난 뒤였다.

● 열악한 경남 소아 응급진료 체계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이 부족해지면서 경남에서도 부모와 소아 환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올 5월 20일엔 경남 밀양에서 2세 아이가 밤에 갑자기 열이 38.3도까지 오르고 피가 섞인 오줌까지 눠 부모가 여러 병원 응급실을 헤매야 했다. 부모는 집과 가까운 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소아 진료가 안 됐다. 급히 다른 병원 응급실에도 연락했지만 대학병원에 가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다시 인근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응급실에서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겨우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국내 소아청소년과 의사 1명당 소아 중환자 수는 6.5명으로 일본(1.7명)의 3.8배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중증 소아 응급환자가 병상을 찾지 못하고 골든타임을 놓치는 ‘응급실 표류’ 사고가 전국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중증외상 환자의 손상 후 내원 소요시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권역외상센터 응급실에 들어온 9세 이하 중증외상 환자 122명 중 ‘다친 후 1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한 건 30명(24.6%)에 불과했다. 경남은 지역이 넓어 부산 등 인근 다른 도시에 비해서도 소아환자의 24시간 진료가 더 열악한 처지다.

● 경남도, 24시간 소아 진료체계 9월부터 운영
경남도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의료 시스템을 대폭 강화한다. 도는 ‘소아 응급환자 24시간 진료체계’를 9월부터 운영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를 위해 경상국립대병원(진주)과 양산부산대병원, 삼성창원병원, 창원경상국립대병원 등 병원 4곳과 최근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은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부족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해소하고, 소아 응급환자를 4개 응급의료기관으로 효과적으로 분산시켜 응급의료체계를 강화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협약에 따라 도는 소아 응급환자의 24시간 진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확대한다. 소아 중증 응급환자를 최종적으로 치료하는 기관으로 정부가 지정한 양산부산대병원에는 치료 집중을 위한 연간 8억8000만 원의 의료인력 인건비를 지원해 소아 중증 치료 기능을 강화한다.

중경증과 경증 소아 응급환자를 맡게 되는 경상국립대병원, 창원경상국립대병원, 삼성창원병원에는 병원마다 5억 원씩 지원한다. 이 병원들은 지원금으로 소아과 전문의 2명을 추가로 채용해 소아 환자 진료를 확대한다.

경남도는 응급실에 가지 않고도 소아 경증환자가 외래 진료를 비롯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달빛어린이병원’ 운영도 확대한다. 경남에는 현재 창원, 통영, 김해, 거제 등 6곳에 달빛어린이병원이 운영되고 있다. 도는 2025년까지 소아청소년 인구 2만 명 이상인 지역에 달빛어린이병원을 8곳까지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어린이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병원의 역할”이라며 “경남도는 소아 환자 경중에 따른 진료기관을 확보해 응급실 과밀화 해소와 아이들의 적기 진료 등 소아 의료체계 강화에 함께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응급실 뺑뺑이#24시간 진료 강화#달빛어린이병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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