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핀 꿈’ 24살 해금연주자, 3명에 새 생명 주고 세상과 이별

  • 뉴스1
  • 입력 2023년 8월 10일 17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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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0일 건양대학교병원에서 뇌사장기기증으로 간장, 신장(양측)을 기증해 3명의 생명을 살린 고(故) 이지현씨(24)의 생전 모습.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지난 7월 30일 건양대학교병원에서 뇌사장기기증으로 간장, 신장(양측)을 기증해 3명의 생명을 살린 고(故) 이지현씨(24)의 생전 모습.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많은 사람들에게 국악의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했던 20대 해금연주자가 뇌사장기기증으로 3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10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이지현씨(24·여)는 지난 7월 5일 일을 마치고 귀가한 후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 상태에 빠졌다.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로서 평소 장기기증에 관심이 많았던 이씨 부모는 딸이 짧은 인생이었지만 마지막 길이 생명을 살리는 일이길 바랐다.

특히 딸의 일부가 살아있다는 게 가족에게 위안이 될 것 같아 기증에 동의했다. 이에 따라 이씨는 7월 30일 건양대학교병원에서 뇌사장기기증으로 간장, 신장(양측)을 기증해 3명의 생명을 살렸다.

이지현씨(24·여)는 7월 30일 건양대학교병원에서 뇌사장기기증으로 간장, 신장(양측)을 기증해 3명의 생명을 살렸다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이지현씨(24·여)는 7월 30일 건양대학교병원에서 뇌사장기기증으로 간장, 신장(양측)을 기증해 3명의 생명을 살렸다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대전에서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이씨는 밝고 착한 성품으로, 일하고 돌아오면 식사도 직접 챙기는 등 부모에게도 잘하는 효녀였다고 한다.

목원대학교 한국음악과를 졸업한 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석사과정을 밟으며 다양한 곳에서 해금 연주자로 활동했다.

이씨 가족에 따르면 이씨는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좋아한 드라마 ‘추노’에 나온 해금 연주가 좋아서 국악에 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에게 국악과 해금을 널리 알리고 싶었던 이씨의 꿈은 그녀를 해금 연주자로 이끄는 밑거름이 됐다.

기증자 이지현씨(24·여)가 생전 해금을 연주하던 모습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기증자 이지현씨(24·여)가 생전 해금을 연주하던 모습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그녀가 장기 기증을 하고 세상과 이별하는 날 이씨의 언니 은지 씨는 “지현아. 작년에 갔던 가족여행과 가족사진을 찍으며 행복해하던 순간이 아직도 생각나. 너와 함께한 추억을 평생 가지고 살아갈게. 우리 다음 생애에도 함께 가족으로 오래오래 함께 지내자. 많이 사랑해”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의 소중한 생명나눔으로 3명의 새 생명이 살 수 있었고, 생명을 살리고 떠난 따뜻한 마음을 오래도록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이씨의 해금 연주 모습과 유가족의 인터뷰 영상은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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