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여부에 “오히려 차별받는 기분”…태풍에도 출근하는 직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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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8월 10일 14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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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중인 1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 전광판에 일부열차 중단 및 변경 안내문구가 나오고 있다. 2023.8.10. 뉴스1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중인 1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 전광판에 일부열차 중단 및 변경 안내문구가 나오고 있다. 2023.8.10. 뉴스1
“갑작스레 휴원을 해버려서 당황했죠.”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임지윤씨(36·여)는 전날(9일) 퇴근을 한 후 곤욕을 치렀다고 토로했다.

결혼 7년 차 맞벌이 부부인 임씨는 6살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이 태풍으로 인해 갑자기 휴원한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평소 아이를 자주 봐주는 친정어머니는 해외여행 중이라 급하게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없었다.

임씨는 결국 회사에 오전 반차를 썼다. 그는 “IT 기업 다니는 친구는 회사 차원에서 재택을 하라고 공문이 내려왔다고 해서 혹시나 직장에 문의했지만 역시나 정상 출근하라고 하더라”라며 “어제 이 일로 남편과 갈등도 있었지만 결국 내가 반차를 내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를 키우면서 이럴 때마다 적응이 안 된다”며 “워킹맘으로 매번 손해를 보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10일 오전 남해안 지역에 상륙한 제6호 태풍 ‘카눈’이 전국 내륙을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에 따른 피해도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각급 행정기관과 민간기업, 단체 등에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라고 권고했다.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남부지방 공장 등은 이미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이와 달리 상대적으로 이날 오후 태풍이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수도권에서도 특히 게임 업계는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결정했다.

그러나 정부의 권고 사안이다 보니 모든 사람들이 재택을 하거나 출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임씨처럼 육아를 하는 맞벌이 부부는 물론이고 궂은 날씨에도 정상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재택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한탄하기도 했다.

◇IT 업계는 ‘재택 중’…출근하는 직장인들 “오히려 차별 받는 기분”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한 10일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에서 소방대원이 불어난 물로 고립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2023.8.10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한 10일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에서 소방대원이 불어난 물로 고립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2023.8.10
이날 IT 업계는 직원들에게 자율적으로 재택을 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아이가 있는 부부들은 편하게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됐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며 통신사에 근무하는 강모씨(37)는 “태풍이 심하게 온다고 해서 회사 차원에서 필요시 자율적으로 재택을 하라고 권고했다”며 “아무래도 아이들이 있다 보니 재택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서 사회 분위기가 위험한 부분도 고려해 예방에 신경 쓰는 것 같다”며 “회사에서 도와주니 아이들 케어 문제가 한결 수월해진 부분이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반면 임씨처럼 아이에게 문제가 생겨도 회사를 나가야만 하는 직장인들은 차별을 받는 기분이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며 목동으로 출퇴근하는 손모씨(36)는 “회사가 직원들 재택을 의무로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재택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데도 안 해주는 건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들이 다 출근을 하면 짜증 나겠지만 크게 생각을 안하겠는데 어느 기업은 재택할 수 있게 하니 오히려 차별을 받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태풍에 실질적으로 피해 보는 남부지방에서도 모두가 재택근무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침에 강풍을 동반한 비를 뚫고 출근을 했다는 석모씨(35·부산거주)는 “따로 재택을 하라는 지시가 없어 출근했다”며 “회사를 오는데 바람이 강하게 불어 나뭇가지가 마구 날려 출근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에서도 재택을 하는 기업이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는 꼭 출근할 필요가 없는데도 왜 출근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아침에 출근할 때 보니 위험한 것 같은데 공기업이라 그런지 회사에 유연성이 없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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