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소리에도 ‘보복 소음’ 복수… 막무가내 아랫집 어떡하나[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9일 11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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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층간소음 갈등 방지를 위한 안내문이 안 붙어있는 아파트가 드뭅니다. 대개는 ‘양해’와 ‘배려’로 이웃간에 싸우지 말고 말로 잘 해결해보라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말로는 안 통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습니다. 우선 화부터 내고, 다음에는 ‘너도 당해 봐라’ 식으로 보복 소음을 냅니다. 보복소음은 ‘양날의 칼’ 입니다.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되어 소음이 사라지거나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반면에 그 보복소음이 더 큰 보복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해서 말싸움과 폭행 등의 불상사로 이어진 실례가 많습니다.

※ 아래 내용은 실제 사례입니다. 층간소음 관련 고충이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 고의적인 보복소음, 관리소에 신고하니 더 커져… 매일 심장 두근거리며 살아

서울 동대문구 A아파트에 거주한 지 5년차 전업주부 입니다. 저 포함 남편, 초등학생 아들 이렇게 세 식구가 있는 가정입니다.

지금 아파트는 첫 입주한 새 아파트입니다. 그동안 주변에서 부러워할 정도로 옆집, 위, 아래 소음 문제로 얼굴 붉힌 적 없이 잘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작년 이맘쯤 아래층에 새로 이사를 온 이후 고통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말이 통하면 서로 조정하고 협의하면서 문제를 해결할텐데 막무가내입니다. 무조건 위층이 우리 집이 너무 시끄러워 살수 없다며 인터폰을 해댑니다.

한번은 건조기에서 빨래통을 담아 거실로 나오고 있던 도중, 인터폰이 울리길래 받았더니, “소음 좀 조심하라”고 볼멘소리로 불만을 제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집은 소음 유발 시킬만한 행동을 하고 있지 않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베란다에서 거실로 나올 때 발걸음 소리가 아래층에 크게 들렸나싶어 “더욱 조심하겠다”고 일단 이야기는 끝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는 슬리퍼도 착용해 조심하게 걸었고, 빨래통을 바닥에 세게 던지지도 않았습니다. 마른 빨래들을 접기 위해서 바닥에 놓았는데 그 소리가 소음으로 아래층에 들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집안에서 그 정도도 못하는 것입니까.

기분은 매우 나빴지만 아래층이 예민한 사람들인가 싶어 더 조심하자 했습니다. 그러다 하루는 아이가 학교 다녀와 중문을 닫고 잘 다녀왔다고 인사를 하는 와중에 또 인터폰이 울렸습니다. “아이 뛰는 소리 때문에 시끄럽다”며 큰소리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이제 막 들어왔고 저희 집은 현관문 뿐만 아니라 중문도 소음 저감 제품이고 스토퍼를 설치하여서 쿵 소리도 잘 나지 않습니다. 초등학생인 아이는 뛰지 않고 슬리퍼도 착용하며 평범하게 걷습니다. 만약 아이가 뛰거나 마구 걸었다면 이전 살던 사람도 불만을 제기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진짜 뛰기라도 했으면 덜 억울할 텐데 너무 화가 나서 “뛰거나 쿵쿵 걷지 않았다”며 저 역시 목소리를 높여 말다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문이었을까요. 좀처럼 들리지 않던 쿵쿵 소리가 거실 쪽에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한번은 거실에 앉아 TV를 보고 있는데 거실과 화장실쪽 사이에서 쿵쿵 소리가 심하게 나길래 우리 집 위층에 무슨 일이 있나 싶었습니다. 정말 조심스럽게 윗집에 인터폰을 했더니, 아무도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혹시 아래층에서 내는 소리인가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의심은 확신이 되었습니다.

한번은 아이와 남편 모두 등교, 출근 후 옆집 이웃과 우리 집 거실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간헐적으로 쿵쾅쿵쾅 벽치는 소리가 났습니다. 간헐적이며 주기적이었습니다. 옆집 이웃도 “이게 무슨 소리냐”면서 위층은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였고, 옆집은 저와 함께 있고, 단번에 아래층에서 천장을 치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옆집 이웃과 저는 카페트 바닥에 앉아 다과를 하고 있었기에 쿵쿵 소리가 날 때마다 바닥이 미묘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래층에 인터폰하여 “쿵쿵 소리가 나니 조심해 달라”고 했더니, 처음에는 본인들은 아니라며 딱 잡아 뗐습니다. “소음으로 진동으로 다 느껴지고 있으니 조심해 달라”고 했더니 “당해보니까 어떠냐”는 식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너무 어이가 없어 아파트 관리실에 민원을 넣었더니 잠시 조용해지는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쿵!쿵!이 아닌 일부러 천장을 치는듯한 꽝!꽝! 하는 소음과 울림이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아랫집이 관리소에서 윗집이 불만을 제기한다는 연락을 받고 화가 나서 보복소음을 낸 것일 거라 생각이 듭니다. 이 뿐만 아닙니다. 꽝꽝 천장을 치는 듯한 소음과 함께 박자에 맞춰 공을 벽에 던지는 듯한 보복소음도 시작되었습니다. 마치 저희 집이 벽이라 생각하고 스쿼시 공을 치듯이 말입니다.도무지 참을 수 없어서 관리소에 다시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아래층은 본인들을 마치 보복소음을 내는 사람들로 취급했다면서 난리가 났습니다.

우리 집 역시 소음을 유발시키는 행위를 한 적도 없고, 베란다에서 거실로 나오는 소리, 현관문 여닫는 소리가 소음을 유발 시키는거라면, 대체 집에서 어떻게 지내야 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베란다도 소음방지용이고, 현관문도 중문도 모두 소음저감 제품입니다. 일상생활도 하지 못할 정도로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는 관리소도 모두 인정한 점입니다.

이런 난리속에 아래층은 본인들을 보복소음이나 하는 사람들로 취급한다고 난리 치더니, 이제는 담배까지 베란다에서 피우고 있습니다. 그 담배 냄새는 고스란히 다 저희 집으로 올라오고 있고 재떨이를 바닥으로 치는지 벽에 부딪히는 소리까지 일부러 크게 내서 가끔 놀란 적도 있습니다.

아직 갈등은 해결되지 않았고, 아래층은 여전히 천정을 꽝꽝 주기적으로 치고 있고 공으로 천장을 치는 듯한 주기적인 소음도 유발 시키고 있습니다. 하루를 시작하기도 이른 아침부터 이렇게 소음을 내서 오늘 절대 움직이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까지 합니다.
주변 이웃은 이제 제가 안타까울 정도로 가엽다는 시선으로 보고 있고 제 가족도 혹시나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칠까, 아래층에서 쫓아 올라올까 매일 심장이 두근대며 지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 팁’
층간소음 보복으로 인한 갈등과 이로 인한 불상사에 대한 위험성이 높아지자 최근 환경부가 보복소음과 관련된 제품들의 실태조사를 벌였습니다.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입니다. 보복 소음이 들렸을 때 대처방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관리소(또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통해 우리 집이 발생시킨 소음 피해에 대해 아랫집에 정중한 사과를 하고 더욱 조심하겠다는 성의를 보여야합니다. 그리고 보복소음을 자제해달라고 요청을 하십시요. 그 때 고의로 소음을 유발해 이웃을 시끄럽게 한 행위는 경범죄처벌법 제3조 21항의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알려달라고 관리소에게 부탁하십시요. 일종의 경고가 될 수도 있고, 실제 도저히 살 수 없을 정도의 보복소음이 지속되면 경찰 등 공권력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함께 아랫집에서 제기하는 피해가 기징 심한 시간대와 소음원을 알려달라고 하고, 짧은 시간에 소음을 갑자기 줄이기는 어려우니, 2개월 정도의 시간적 여유를 요청하기 바랍니다. 2개월 동안에 층간소음 저감을 위한 매트 설치 등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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