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참아야 했는데”… 가천대 길병원, 섬 지역 의료봉사 재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인천시와 ‘1섬 1주치병원’ 사업
코로나 확산세에 중단 뒤 4년만
노인 대부분인 의료 사각지대
한방 의료진 동행 침술 봉사도

가천대 길병원 의료진이 12일 인천 옹진군 자월면 승봉도 마을회관을 방문해 주민들을 진료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제공
가천대 길병원 의료진이 12일 인천 옹진군 자월면 승봉도 마을회관을 방문해 주민들을 진료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제공
인천 중구 연안부두에서 여객선을 타고 1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옹진군 자월면 승봉도에 12일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가천대 길병원 의료진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의료 봉사활동을 펼치기 위해 섬을 찾은 것.

길병원 의료진이 오랜만에 섬을 방문했다는 소식에 이날 임시진료소가 설치된 마을회관에는 60여 명에 이르는 주민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찾아왔다. 백길윤 신장내과 교수와 송윤경 길한방병원 교수, 간호사 등 의료진 8명은 예약한 주민을 대상으로 진료와 상담, 침술 치료 등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전립샘암으로 수술을 받았던 A 씨(80)는 혈변 등의 증상을 호소해 치료가 시급함을 알리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했다. B 씨(74)는 혈당 검사에서 정상 수치가 2배 이상으로 나오는 등 이날 진료에서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다수 발견됐다.

의료진은 이날 진료소를 찾은 주민들 가운데 안과나 이비인후과 치료가 필요한 경우 보건소와 연계해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했다. 또 암 예방과 조기검진의 중요성,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데 필요한 교육 캠페인도 펼쳤다.

임춘선 승봉도 노인회 총무(70)는 “섬의 특성상 노인들이 많은 데다 병원에 자주 다닐 수 없어 몸에 이상이 있어도 참고 살아가는 환자들이 많다”며 “의료진이 진료 상담도 꼼꼼하게 해주고 침도 놔 줘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인천시와 함께 병의원이 없는 섬을 방문해 펼치는 의료 봉사활동인 ‘1섬 1주치병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15년 12월부터 시와 함께 민관 협력사업으로 시작해 29차례나 봉사활동에 나섰지만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해 중단된 뒤 4년여 만에 재개됐다.

의료진이 찾아가 봉사활동을 펼치는 곳은 상주인구가 100명이 훨씬 넘지만 보건소 등만 있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섬들이다. 육지와 연결되는 다리가 없어 배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는 승봉도와 대이작도, 소이작도 등을 그동안 주로 방문했다.

이들 섬 주민은 의료진의 방문 진료를 환영하고 있다.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정기적으로 이들 섬을 찾아와 건강 상태를 점검해 주기 때문이다. 초음파 검사 등에서 중증 질환으로 보이는 위험이 발견되면 즉시 전문적인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하고 있다. 특히 신경통과 관절염을 앓고 있는 고령의 노인들이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의료봉사에 나설 때 한방병원 교수들이 동행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은 다음 달 대이작도, 6월 소이작도를 찾을 계획이며 9∼11월에도 매달 이들 섬에 들어가 봉사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노인들에게 질환이 많이 검진되는 신장내과와 류마티스내과, 호흡기내과, 심장내과, 치과, 한방병원 의료진들이 번갈아 참여하게 된다.

김우경 병원장은 “2012년 지역 암센터로 지정된 이후부터 암에 대한 교육도 병행하고 있어 주민들의 호응이 높다”며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섬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맞춤형 의료봉사를 지속적으로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섬 지역#의료봉사 재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