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노랗다’ 야외활동 제동에 상인들 이중고

  • 뉴시스

황사가 한반도를 덮친 13일 점심시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봄날을 만끽하러 나온 시민들로 붐볐던 산책로엔 드문드문 인적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흔을 앞둔 아버지를 모시고 산책을 나왔다는 정용섭(65)씨는 “황사가 심해 나가면 안 된다고 (아버지를) 만류했는데도, 답답해하셔서 모시고 나왔다”며 “원래 밤에만 아버지를 씻기는데, 힘이 들더라도 오늘은 산책 후에 바로 씻기려고 한다”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중국 북동부와 몽골에서 날아온 황사가 전날부터 전국을 덮치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자 불편을 토로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지만 황사가 기승을 부리면서 마스크를 다시 착용하는 시민들도 늘었다. 점심시간을 전후해 1시간여 동안 산책을 나온 시민들을 지켜본 결과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세 살 아이 손을 잡고 걷던 김모(34)씨는 “밖에 안 나오면 (아이가) 답답해하니까 어쩔 수 없이 데리고 나왔다”며 마스크를 벗으려는 아이를 다그쳤다.

특히나 야외 활동이 필요한 어린아이와 노인들의 일상생활에 그림자가 드리운 모습이다.

보행 보조장치를 밀며 산책로를 걷던 황성조(82)씨는 황사에도 산책을 나온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하루라도 안 걸으면 몸이 뻐근하다”며 “날씨가 좀 따뜻해지니까 황사가 와서 나 같은 노인들은 건강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만 3세 자녀를 둔 임민희(39)씨는 “아이가 어제부터 눈을 비비고 기침을 한다”며 “아이들은 밖에서 노는 게 일인데 그것을 못하게 되었다. 최악의 환경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스크를 쓴다고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지 않냐”고 걱정했다.

임지연(35)씨도 “아이가 산책을 하고 햇빛을 맞아야 비타민D 같은 영양분도 만들어질 텐데, 코로나에다가 황사까지 겹쳐 오면서 지금은 영양제로 (영양분 섭취를) 대체하고 있다”며 “아이가 아토피가 있어서 피부질환이 걱정되고 호흡기 질환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야외에서 고객에게 물건을 파는 상인들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미세먼지로 인해 야외 활동 인원이 줄면서 장사에 어려움이 커지고, 장시간 야외 근무로 건강이 나빠진다며 이중고를 호소했다.

잠실에서 프레시 매니저(일명 야쿠르트 아줌마)로 일하는 정모씨는 “이런 날은 사람들이 나와서 음료를 사 마시지 않는다”며 “내 건강보다는 당장 장사가 안되는 게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제부터 목과 눈이 따끔따끔하고 두통도 조금씩 왔다”며 “자주자주 지하철 화장실에 가서 손과 눈을 씻고 있다”고 말했다.

근방에서 떡볶이 노점상을 하는 박모씨도 “저녁이 되면 퇴근한 사람들이 이곳에 몰려 간단히 요기하고 가는데, 어제는 손님이 10명이 채 안 됐다”며 “황사 피해를 가장 많이 받는 게 우리 같은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3월 서울에서만 총 10번의 황사가 관측됐다. 이는 2010년 이후 같은 기간 두 번째로 많은 횟수다. 통상 한반도에서 황사는 중국 사막 지역 땅이 녹고 서풍 계열의 바람이 부는 3~5월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황사는 이날까지 전국에 영향을 미친 뒤 금요일인 14일 오전부터 점차 농도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날과 이날 황사 영향으로 전국 미세먼지(PM10) 농도는 ‘매우 나쁨’ 수준으로 치솟았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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