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님 딸이라 생각”…‘승아양 참변’ CCTV 본 한문철, 엄벌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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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4월 11일 11시 09분


어린이보호구역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초등학생 배승아 양(10)의 유족이 지인을 통해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과 사연을 제보했다. 유튜브 채널 ‘한문철TV’ 영상 캡처
어린이보호구역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초등학생 배승아 양(10)의 유족이 지인을 통해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과 사연을 제보했다. 유튜브 채널 ‘한문철TV’ 영상 캡처
대낮 만취운전 사고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초등학생 배승아 양(10)이 숨진 것과 관련해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가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0일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는 지난 8일 오후 대전 둔산동에서 발생한 스쿨존 만취 운전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이 올라왔다. 유족 측 지인은 “유족분들이 한문철TV 제보를 원하셔서 대신 글을 보낸다”고 했다.

영상에는 빠른 속도로 중앙선을 침범한 가해 차량이 승아 양에게 돌진하는 장면이 담겼다. 영상을 본 한 변호사는 “이제 아홉 살인 초등학생”이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승아 양 유족이 지인을 통해 ‘한문철TV’에 제보한 사고 당시 CCTV 영상. 유튜브 채널 ‘한문철TV’
승아 양 유족이 지인을 통해 ‘한문철TV’에 제보한 사고 당시 CCTV 영상. 유튜브 채널 ‘한문철TV’
영상을 제보한 지인은 “아이는 한 생활용품점에 들렀다가 늘 걷던 거리를 친구들과 함께 가고 있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벽에 머리를 박고 어깨에 타박상을 입은 채 피를 흘린 상태로 심정지가 와서 병원에 이송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는 병원에서 뇌사 판정을 받았고, 심장이 자가로 뛰지 않아 성인 두 배가량의 주사를 넣어 심장을 뛰게 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아이가 힘들어하니까 그만 놓아주는 게 어떠냐고 했는데 승아 양의 어머니께는 따로 말씀을 못 드렸다. 어머니는 희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안 좋아지자 바로 (어머니께) 말씀드렸고 1퍼센트의 희망으로 버텼다”고 했다.

하지만 사고 후 약 7시간을 버티던 승아 양은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10일 오후 대전 둔산동에 여자 초등학생이 음주 운전자의 차량에 의해 숨진 장소에 추모의 꽃다발이 놓여 있다. 대전=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0일 오후 대전 둔산동에 여자 초등학생이 음주 운전자의 차량에 의해 숨진 장소에 추모의 꽃다발이 놓여 있다. 대전=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지인에 따르면 승아 양의 어머니는 20대 아들과 늦둥이 막내딸을 홀로 키우는 싱글맘이다. 지인은 “한부모 가정에 태어난 아이를 어머니는 그 누구보다 사랑으로 열심히 키워 왔는데 하루아침에 자신의 전부인 아이를 잃은 슬픔으로 너무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피의자 측에서는 사과 한마디도 없다”며 “더 이상 이런 음주운전 사망사고는 없어야 한다. 제발 (사연을) 널리 퍼뜨려서 (음주운전 사고) 처벌을 강화해 달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사연을 접한 한 변호사는 “저한테는 피해자 잘못이 하나도 없는 음주 사망사고 처벌 결과를 보내주시는 분들이 여럿 계신다”며 “제가 볼 때는 평균 4년인 것 같다”고 했다. 20년간 6000여 건의 소송 경험을 토대로 한 한 변호사의 경험상 음주 사망사고 형량의 평균이 4년이었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휴가를 나온 군인 윤창호 씨가 2018년 음주운전 차에 치여 숨진 사건을 계기로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겨 법이 엄하게 바뀌었지만, 실제로는 강한 처벌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용서가 안 됐는데도, 형사 합의가 안 됐는데도 징역 4년 근처”라고 했다.

이어 “일본에서는 만취 차량에 어린이 2명이 사망한 사고에서 징역 20년이 선고됐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2001년 음주 사망사고 가해자에게 최고 30년까지 유기징역이 가능한 처벌법을 만들었고, 바뀐 법에 따라 20년의 형량이 선고되자 실제 음주 사망사고 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대전 서구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초등학생 4명을 차로 덮쳐 1명을 숨지게 한 60대 운전자가 10일 오후 대전 둔산경찰서에서 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대전 서구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초등학생 4명을 차로 덮쳐 1명을 숨지게 한 60대 운전자가 10일 오후 대전 둔산경찰서에서 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한 변호사는 “더 이상 음주운전 사망사고가 없어지려면 국민 청원으로 될 게 아니다”며 “법원에서 판사님들이 ‘내 딸이라면, 내 딸이 이렇게 억울하게 떠나갔다면’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안 될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승아 양이) 너무나 아프게 7시간 동안 얼마나 힘들었겠나. 그 어린 딸의 명복을 빌고 유족분들의 아픔에 위로의 뜻을 함께하면서 이 사건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판결될지 함께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승아 양을 숨지게 한 60대 운전자는 전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전 대전둔산경찰서 앞에서 “유가족에 죄송하다”며 “사고를 막기 위해 감속하는 등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브레이크를 밟으려다 그렇게 됐다”면서 “(피해자들을) 치지 않으려고 했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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