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전 서구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숨진 배승아(9)의 빈소가 차려졌다… 2023.04.08/뉴스1
“대낮에 스쿨존을 걷던 아이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이다니… 이게 말이 되나요?”
10일 오후 5시께 대전 서구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 지난 8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친구들과 길을 가던 중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숨진 배승아양(9)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이날 장례식장에는 40~50대 여성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역 맘카페에서 쓸쓸한 장례식장 풍경을 접하고는 안타까운 마음을 참지 못해 빈소를 찾은 엄마들이 대부분이었다.
‘OO 합기도’ ‘OOOO 어린이재단’ 등에서 보낸 조화가 세워진 빈소 밖으로 배양의 어머니와 조문객들이 함께 흐느껴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유족들과 일면식도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또래 아이를 둔 엄마라는 공통점 하나에 다들 이번 사건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며 가슴을 쳤다.
퇴근길에 빈소를 찾았다는 김모씨(48)는 “또래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로서 기사를 접하자마자 가슴이 내려 앉았다”면서 “집 주변에서 일어난 사고라 내 자식에게 일어난 사고처럼 느껴진다”며 눈물을 흘렸다.
아이를 근처 학원에 데려다주고 왔다는 박모씨(47)는 “기사를 보고 가슴이 아파 밤에 한숨도 자지 못했다. 사고가 난 곳은 우리 아이도 자주 다니는 길”이라면서 “가장 예쁠 나이에 꽃도 피우지 못하고 간 아이가 너무나 안타깝다”며 탄식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음주운전에 대한 분노를 참지 못하고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10일 대전 서구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배승아양(9)의 조문을 마친 조문객들이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2023.04.08/뉴스1 최모씨(52)는 “음주를 하고 핸들을 잡았다는 자체가 말이 안되는 일이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음주에 관대한 지 보여주는 대목”이라면서 “음주운전이 용납된다는 신호를 주는 사회가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낮에 스쿨존에서 발생한 어린이 사망사고에 불안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또래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손모씨(47)는 “대낮에 스쿨존에서 사고가 일어났다. 도대체 대전에서 어린이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모르겠다”면서 “안전펜스가 없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있는데, 안전펜스가 없는 스쿨존이 한두 곳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배양은 8일 오후 2시21분께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고등학교 앞 인도를 걷던 중 돌진한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9일 오전 1시께 끝내 숨졌다.
이날 법원은 사고를 낸 60대 음주운전자 A씨에게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당시 A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을 넘는 0.1% 이상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인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소주 반병가량을 마셨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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