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조사위 “김만배-간부 돈거래, 기사에 끼친 영향 없는듯”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2월 27일 10시 56분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관련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2.17. 뉴스1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관련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2.17. 뉴스1
한겨레 진상조사위원회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와 전 편집국 간부의 금전거래 의혹을 조사한 결과 “돈거래가 기사에 직접적으로 미친 영향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27일 발행된 한겨레신문 2·3면에는 진상조사 결과 요약 보고서가 실렸다. 한겨레 내·외부 인사로 구성돼 지난 1월 출범한 조사위는 김 씨로부터 9억 원을 받은 전직 간부 A 씨를 대면조사하고, A 씨의 돈거래 사실을 알고도 회사에 알리지 않은 보직부장 B 씨가 쓴 기사·칼럼과 2021년 9월 한겨레의 대장동 사건 관련 기사를 전수 조사했다.

이날 보고서에선 그간 ‘편집국 간부’로만 표기됐던 A 씨의 실명과 직책도 공개됐는데, 외부 공개 취지 및 한겨레 전체가 무겁게 책임을 받아들인다는 차원에서 실명 공개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조사위는 설명했다.

조사위는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이 불거진 2021년 9월 당시 한겨레 편집국 구조상 신문총괄이었던 A 씨가 개별 기사를 직접 수정(데스킹)하거나 콘텐츠 방향에 개입(취재 지시 등)하는 역할을 갖고 있지 않음을 확인했다. 신문총괄은 개별 기사가 아니라 지면 배치와 제목 등을 책임지는 자리다.

또한 조사위에 따르면 2019년 이후 A 씨의 칼럼과 칼럼성 기사 전체 26건 가운데 대장동 관련 내용은 없었다. 2021년 9월 이후 B 씨가 쓴 칼럼과 기사에선 대장동 관련이 3건 있었는데, 모두 A 씨로부터 돈거래 사실을 들은 2022년 3월 5일 이전에 작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위는 A 씨가 기사를 직접 수정하지 않더라도 각 부서 부장, 팀장 등을 통해 기사에 영향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통상의 데스킹을 넘어서는 이례적 수준의 수정 사례 또한 살펴봤으나 특정인에 의한 기사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A 씨가 작성한 칼럼 중 “대장동 관련 내용은 아니지만 ‘내로남불’로 비판받을 수 있는 내용이 있다”고 평가했다. A 씨는 2019년 3월∼2020년 9월 사이에 실은 3건의 칼럼에서 “힘 있는 이들이 청탁을 얼마나 가볍고 사소한 일로 치부하는지” 등을 지적했는데 엄정한 잣대가 정작 본인에게는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독자들의 비판을 받을만하다는 취지다.

조사위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언론에 본격적으로 공개되기 시작하면서 직무와 이해 충돌이 발생하게 됐지만, A 씨가 이를 회사에 보고하지 않고 직책에서 물러나지 않은 것은 이해 충돌 회피 의무를 규정한 한겨레의 취재보도 준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B 씨가 A 씨로부터 이런 사실을 듣고도 회사에 보고하지 않았으며 사안에 관한 별도의 취재 지시를 하지 않은 것은 “매우 의심받을 만한 행동이며 부적절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조사위는 A 씨와 B 씨 모두 적법성 여부에만 주목했을 뿐, 기자로서 지켜야 할 윤리 의무를 저버렸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구성원의 언론윤리 의식을 재점검하고 언론윤리 교육을 강화할 것을 한겨레에 제언했으며, 폐쇄적인 시스템으로 비판받은 법조기자단에 관해서는 “한겨레를 넘어 전체 언론계 차원의 논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날 한겨레는 ‘윤리의식 바로잡고 쇄신하겠습니다’라는 글을 1면에 실어 이번 사건에 대해 다시 사과하고서 취재 시스템과 관행을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