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업무 대체될까 두려워” 챗GPT 열풍에 AI학원 찾는 중장년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0일 2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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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 금천구의 한 인공지능(AI) 전문 교육 학원에서 ‘빅데이터 전문가’ 과정을 이수 중인 수강생들이 ‘데이터 전처리 및 시각화’ 관련 강의를 듣고 있다. 이날 수업에 나온 40대 이상 중장년층 3명은 강의실 앞자리에 앉아 강의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문수 기자 doorhand@donga.com
16일 오후 서울 금천구의 한 인공지능(AI) 전문 교육 학원에서 ‘빅데이터 전문가’ 과정을 이수 중인 수강생들이 ‘데이터 전처리 및 시각화’ 관련 강의를 듣고 있다. 이날 수업에 나온 40대 이상 중장년층 3명은 강의실 앞자리에 앉아 강의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문수 기자 doorhand@donga.com

“회계사 같은 전문직도 엑셀 프로그램만 써서 일하다간 2, 3년 내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될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들더라고요.”

16일 오후 서울 금천구의 한 학원에서 AI 강의를 듣던 15년 차 회계사 이모 씨(42)는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실습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 씨는 “대화형 AI 서비스 ‘챗GPT’를 지난달 처음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며 “일반 회계사가 몇 시간 투자해야 답을 구할 수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불과 몇 초 만에 처리하는 걸 보고 휴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지금은 6개월 과정의 AI 강의를 수강 중이다. 이 씨는 “휴직은 시대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내린 결단”이라며 “강의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데이터 처리 업무에 AI 기술을 활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 “AI가 내 업무 대체할까 두려워”


챗GPT의 등장으로 AI의 가능성이 현실화된 모습을 목격한 중장년층 직장인들이 AI 교육기관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을 수준까지 진화한 AI 기술을 보면서 ‘이러다 도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후 금천구의 한 학원 ‘빅데이터 기반 개발자 양성’ 수업을 듣는 수강생 19명 중 4050 세대는 3명이었다. 이들은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아 프로그래밍 언어를 활용한 시각화 실습 교육을 받고 있었다. 고등학교 윤리 교사로 일하다가 지난해 명예퇴직했다는 최모 씨(52)는 “챗GPT의 문장 구사력을 보니 학교에서 쌓았던 경험만으론 노후를 대비할 자신이 없어졌다. 실력을 기른 후 데이터에 기반해 학생 수준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싶다”고 수강 이유를 설명했다.

퇴근 후 인터넷 강의로 AI 공부를 시작한 직장인도 적지 않다. 26년 차 대기업 엔지니어 권성구 씨(57)는 지난달부터 퇴근 후 프로그래밍 언어 ‘파이선’ 등을 활용한 데이터 처리 관련 교육을 인터넷으로 수강하고 있다. 권 씨는 “생전에 챗GPT 같은 기술이 개발될 거란 생각을 못 했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기술을 모르면 뒤처질 것 같아 두려웠다”고 말했다.

● 중장년층 겨냥 AI 수업 늘어


동아DB
AI 관련 교육을 제공하는 학원들은 늘어난 중장년층 수요에 따라 강의를 신설하거나 신규 강사를 채용하는 모습이다. 서울 동작구의 AI 관련 교육 학원에선 지금까지 40대 이상 수강생이 한 명도 없었지만 챗GPT 등장 이후인 지난해 12월부터 등록 문의가 빗발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 학원 매니저 류경준 씨는 “지난달 기준으로 정원 30명 중 중장년층이 10명까지 늘었다”며 “전체 등록 상담자 중 20%가량도 40대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서울 금천구의 한 학원은 최근 한 번도 코딩을 접하지 못한 중장년층을 위해 ‘눈높이 강의’를 개설하며 전담 강사 2명을 신규 채용 할 예정이다. 평일 대면 강의가 어려운 직장인들을 위해 온라인 과정도 신설했다. 학원 관계자는 “대면 수업의 경우 6개월 과정 기준으로 평균 수강료가 과목당 30만~40만 원가량이지만 꾸준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장년층의 AI 공부 열풍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챗GPT가 등장하는 등 기술 발전 속에서 하나의 직업이 평생 유지되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흐름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 AI 기술을 배우려는 이들이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문수기자 doorwater@donga.com
이승우기자 suwoon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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