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으니 어색하고 걱정”…의무 해제에도 ‘일상된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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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월 30일 16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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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30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실내 마스크 자율 착용 권고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3.1.30 뉴스1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30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실내 마스크 자율 착용 권고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3.1.30 뉴스1
2020년 10월 코로나19 방역조치의 일환으로 도입된 정부 차원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30일 약 27개월만에 해제됐다.

하지만 ‘의무 해제’의 해방감을 누리는 시민들은 많지 않다. 의무기간이 길었던데다 감염 공포도 컸던 탓에 마스크 착용은 어느새 이미 일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공항, 학교, 학원, 유치원에선 ‘이른 감이 있다’며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마스크 착용을 놓고 손님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불편함이 사라지게 된 자영업자들 환영했다.


◇공항·대형마트·학교 큰 변화 없어…대부분 착용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30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도착층에서 공항 이용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이동하고 있다. 항공기 등 대중교통 탑승 중에만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적용돼 공항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2023.1.30 뉴스1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30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도착층에서 공항 이용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이동하고 있다. 항공기 등 대중교통 탑승 중에만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적용돼 공항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2023.1.30 뉴스1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에서 권고로 바뀐 30일, 제주국제공항은 지난 3년간의 풍경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실내 마스크 착용이 ‘권고’로 조정됨에 따라 항공기 등 대중교통 탑승 중에만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적용돼 공항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그러나 승객이나 항공사 직원들 중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공항 안으로 들어오면서 벗었던 마스크를 다시 챙겨쓰는 승객들도 눈에 띄었다. 턱끝까지 마스크를 내렸다가도 분위기를 살핀 후 슬그머니 다시 마스크를 올리는 이들도 있었다.

청주에서 제주로 여행 온 천모씨 일행 5명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다. 천씨는 “친구들이나 저나 야외에서도 마스크를 벗어본 적이 없다”며 “실내 마스크 해제라고 해도 자기 안전은 자기가 지켜야 하는건데 여행 중에도 마스크는 절대 벗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공항직원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회사 측 방침도 아직까진 전혀 없었다”며 “있다 하더라도 공항은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인지라 마스크를 벗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부산의 백화점과 대형마트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직원이나 고객들 대다수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마스크가 내 몸의 일부가 된 듯 자연스러워져 계속 착용한다는 고객도 있었고, 여전히 감염 우려로 마스크를 벗지 못한다는 이유도 있었다.

대형마트에서 만난 50대 고객은 “갑자기 마스크를 벗으려니 불안한 마음도 들어 아내와 같이 착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4살 자녀와 함께 경기 수원시 광교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박기남씨(35)는 실내 마스크 자율화가 됐더라도 계속 착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아직은 벗는 게 불안하다”면서 “코로나뿐 아니라 다른 감염병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계속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한 시민은 “오늘부터 마스크 착용 해제라고 해서 일부러 안들고 나왔는데 막상 나와보니 다 쓰고 있어서 괜히 민망해진다”며 어색함을 토로했다.

학교나 학원, 어린이집에선 도리어 의무화 해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수원 광교에서 민간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 A씨는 “어린이집의 경우 이날부터 마스크를 정말 벗어도 되는지에 대한 학부모들의 문의가 잇따랐다”면서 “아직 보건복지부에서 이렇다 할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우선은 학부모들에게 아동들의 마스크 착용을 부탁드렸다”고 설명했다.

학부모 신모씨(43)는 이번 겨울이 끝날 때까지는 다섯살 아이에게 마스크를 착용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신씨는 “변이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마스크를 완전히 벗는 것은 아직 위험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등원길에 만난 한 학부모는 “요즘 독감도 유행하고, 아이가 계속 마스크를 쓰는 게 더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실외서도 여전히 마스크…감염·감기·미세먼지 사전 차단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전환된 첫날인 30일 오후 광주 서구의 한 미용실에서 손님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머리 손질을 받고 있다. 2023.1.30 뉴스1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전환된 첫날인 30일 오후 광주 서구의 한 미용실에서 손님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머리 손질을 받고 있다. 2023.1.30 뉴스1
버스정류장과 공원 등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벗은 시민들은 많지 않았다. 이들은 감염도 걱정이지만 감기를 예방할 수 있고, 미세먼지도 차단할 수 있어 마스크 착용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이다.

부산 남구에 거주하는 이지연씨(23)는 “평소에 마스크를 2개씩 챙겨 다녔는데, 오늘은 혹시나 해서 1개만 챙겼다”며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면 숨도 차고 화장이 번져 불편했는데 이제 벗어도 되니 너무 홀가분하다”고 웃었다.

반면 이제야 답답했던 마스크를 벗게 됐다며 반기는 시민도 있었다. 일부 학부모는 교육 문제로 의무화 해제를 반기기도 했다.

강남구 역삼동에서 만난 학부모 이모씨(39·여)는 “착용을 의무화했을 때도 유치원에서 일하는 어른들은 커피 마실 때, 이야기할 때 한번씩 마스크를 내리지 않았느냐”며 “답답해 숨이 차도, 안경에 성에가 생겨도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벗지 못하게 한 것은 가혹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학부모 김모씨(35·여)도 “어린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유치원을 다니다 보니 ‘사람 표정 읽는 법’을 제대로 배울 수 없었다”며 “선생님과 부모의 입 모양을 보지 못한 채 말을 배우는 바람에 발음이 뭉개졌고 다른 사람의 말도 제대로 못듣는 것 같았다”며 실내 착용 해제를 환영했다.


◇식당·커피전문점·헬스장·미용실 자영업자 ‘환영’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첫 날인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머슬마인드 피트니스센터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벗고 운동을 하고 있다. 2023.1.30 뉴스1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첫 날인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머슬마인드 피트니스센터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벗고 운동을 하고 있다. 2023.1.30 뉴스1
서구 치평동의 헬스장 관장 남찬식씨(38)는 “최근 헬스장 이용 문의도 많이 늘었다.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 영향도 적지 않은 것 같아서 자영업자 입장에서 너무 반갑다”고 말했다.

또 “마스크는 벗지만 다시는 감염병이 유행하지 않도록 청소나 환기 등 다른 부분에서 방역에 유의하겠다”고 다짐했다.

프랜차이즈 카페 아르바이트생 노민정씨(25·여)는 “매장 내부에 음악 소리가 큰데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발음이 뭉개져 손님들의 주문을 한번에 알아듣기 어려웠었다”며 “마스크를 벗으니 한결 일하기 수월해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인근 미용실 업주 고명혜씨(58·여)는 “커트를 할 때 얼굴형을 보지 못하고 자르니까 제안을 하기가 어려웠는데 이제 손님 표정도 살필 수 있고, 더 어울리는 스타일을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염색을 하고 나면 손님이 쓰고 오신 마스크에 약이 묻으니까 새로 드리거나 했는데 그 불편함도 줄었다”고 했다.

충북 청주 흥덕구에서 퓨전 술집을 운영하는 유모씨(38)는 “마스크를 쓴다고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 것도 아닌데 의무화해 불편이 컸다”며 “코로나19의 상징과도 같던 마스크를 벗는 참에 완전한 일상회복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라고 했다.

정부는 이날 0시를 기점으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완화했다. 이제 실내 마스크 착용은 감염취약시설과 병원·약국, 대중교통·통학버스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 개인 판단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식당이나 카페에 들어갈 때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음식물을 먹을 때만 마스크를 벗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식당·카페를 출입할 때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지는 것이다.



(전국=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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