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16마리 학대·도살한 20대男, 2심서 집유·석방…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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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월 19일 16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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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폐양식장 길고양이 도살사건 현장. 동물보호단체 ‘카라’ 블로그 캡처
포항 폐양식장 길고양이 도살사건 현장. 동물보호단체 ‘카라’ 블로그 캡처
길고양이 16마리를 고문·학대하고 도살한 뒤 이를 SNS에 올린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범행 당시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심신미약이었다는 남성 측의 주장을 재판부가 인정한 것이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진성철)는 19일 폐양어장에 길고양이를 가둬놓고 학대하고 도살한 혐의(특수재물손괴·동물보호법 등)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보복 협박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29)에게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벌금 200만 원을 명령했다.

A 씨는 길고양이들을 잔혹하게 죽이거나 괴롭히고 이 같은 영상을 SNS에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 씨에 대해 징역 4년에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고,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협박과 재물손괴에 대한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여러 근거를 종합해 볼 때 보복 협박과 재물손괴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1년 4개월,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에 A 씨 측은 심신미약 등을 주장하며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협박 피해자와 합의하지는 못했지만, 그에 준하는 공탁금을 법원에 냈다”며, “피고인이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던 점과 가족들이 치료를 약속한 점 등을 참작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사건을 고발한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이날 대구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년 4개월의 실형도 시민사회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규탄했지만, 2심 재판부는 A 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며 “끔찍한 범행을 일삼고 이를 신고한 시민을 겁박했던 A 씨는 오늘로 석방돼 자유의 몸이 됐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3월 21일, 관련 제보를 받은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구룡포의 한 폐양식장을 조사한 결과 심하게 훼손된 고양이 사체 대여섯구를 발견했다. 단체는 당시 있었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폐양식장에서 취미로 고양이 해부를 즐기던 학대범을 강력히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고 누리꾼들 20만 명이 청원에 동의하면서 사건이 공론화됐다.

경찰은 A 씨를 고양이를 잔혹하게 죽인 혐의(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했다.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이후 검찰은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A 씨의 범행 영상을 확보했다. 그는 지난해 1월부터 길고양이 16마리를 포획해 깊이 3m에 이르는 폐양어장에 가둔 뒤 만삭의 고양이를 산 채로 불태우거나 세탁망에 넣어 세탁기에 돌리는 등 잔혹하게 죽였다.

그는 다른 고양이들을 폭행·고문하고 해부하기도 했으며 자신이 죽인 고양이 사체 일부를 보관했다. A 씨는 자신의 범행이 경찰에 신고당하자 신고인을 협박한 혐의도 받는다. 그는 신고인에게 “네 살이랑 가죽도 고양이처럼 벗겨줄까?”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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