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선수 ‘결석허용’ 최대 4배 늘린다…“체육계 의견 반영”

  • 뉴시스
  • 입력 2023년 1월 19일 11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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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부 스포츠혁신위원회의 학습권 보장 권고에 따라 줄어 왔던 초·중·고 학생선수 출석인정일수가 다시 늘어난다.

올해 신학기부터 초등학교 20일, 중학교 35일, 고등학교 50일로 확대한다. 고교는 2025년까지 스포츠혁신위 권고 이전인 63일로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이같은 학생선수 출석인정 결석 허용일수(출석인정일수)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초 5→20일·중 12→35일·고 25→50일

교육부 훈령인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에서는 학교장의 허가를 받아 대회, 훈련에 참가하는 경우 수업을 빠져도 출석한 것으로 인정하는 ‘출석인정 결석’ 조항을 두고 있다.

이에 따른 학생선수 출석인정일수는 지난해 초등학교 5일, 중학교 12일, 고등학교 25일이었다. 교장이 꼭 이만큼 결석을 허가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며 출석으로 허가할 수 있는 날짜의 최대치다.

그간 교육 당국은 학생선수가 국가대표로 선발될 경우 증빙을 바탕으로 출석인정일수를 초과해 결석을 허용하는 등 보완책도 운영해 왔다. 2019년 학생선수 출석인정일수 전수조사 결과, 초등학교는 1인당 평균 5.1일, 중학교는 12.8일, 고등학교는 20일을 사용해 왔다.

이번 방안은 전 정부 스포츠혁신위의 ‘학생선수 학습권 보장’ 권고에 따라 이행되던 조처를 되돌리는 것이다.

교육부는 학생선수 출석인정일수를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초등학교 20→10→5일, 중학교 30→15→12일, 고등학교 40→30→25일로 매년 단계적으로 줄여 왔다. 올해 초등학교는 2020년 수준으로 복귀하고 중·고교는 그보다 더 늘린 셈이다.

교육부와 문체부는 “국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체육계의 반발로 이행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주말대회 개최가 어려운 종목에서는 결석을 감수하고 출석인정일수를 넘겨 수업을 빠진 학생 선수가 속출했다고 밝혔다. 2021년 기준 골프는 중학생 선수의 62.7%, 테니스는 20.9%, 빙상은 19.4%였다.

고영종 교육부 책임교육지원관(국장)은 “체육계에서는 63일이 가장 원하는 인정 일수라는 의견”이라며 “의무교육 단계인 초·중학교는 고등학교와 달리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저희가 말씀드렸고, 확대됐지만 체육계에서 보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운동선수로 가기 위한 결정적인 단계이기 때문에 2025년도에는 가능한 (수업일수) 3분의 1(63일)까지 맞춰서 체육계 의견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쪽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종목과 출석인정일수를 초과해 사용하는 학생선수가 소수에 그치지 않느냐는 취지로 묻자, 고 국장은 “기량을 높이고 싶은데 출석 인정 일수를 지켜야 되기 때문에 (대회에) 못 나가는 학생선수들이 많이 있다”며 “기존의 출석인정일수 범위 안에서 충분히 운동도 하고 학습을 했던 학생들은 그대로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출결 등 대입 반영 확대…체험학습 결석 금지”

교육부는 애초 출석인정일수를 감축했던 명분이었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출결을 강화하고 대입제도 반영 비율을 높여 그 취지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출석인정일수를 되돌리는 만큼 학생이 대회나 훈련 참가를 위해 교외체험학습(가정학습) 신청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 불필요한 지각, 조퇴가 생기지 않게 지침을 강화하고 학교용 운영 매뉴얼도 개발한다.

대학들이 체육특기자 입시 전형에서 출결 기록이 담기는 학교생활기록부의 실질적인 반영 비율을 더 높이도록 유도한다.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회원 대학들을 정기 조사하고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아울러 2015년부터 학생선수가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 수 있도록 구축한 플랫폼 ‘이스쿨’(e-School)을 강화한다. 지금은 중·고교생만 쓸 수 있으나 초등학생도 이용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늘릴 방침이다.

영상을 틀고 수업을 듣지 않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에 고 국장은 “지도 선생님이 로그인하게 유도한다”며 “보충 학습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초학력이 부족하거나 보충학습을 원하는 학생선수 1~5명을 지도하는 교사, 대학생 ‘학습멘토’를 50여명 규모로 꾸리고 매년 늘려 나갈 예정이다.

진로상담 멘토 교사 규모도 지난해 30명 수준에서 올해 50명, 내년 100명으로 늘리고, 온라인과 대면으로 학생선수에게 진로 상담을 제공할 계획이다.

문체부도 이르면 2024년부터 운동부를 운영하는 학교 안이나 인근에 체육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별도의 방안을 수립해 추진한다. 학생이 정규수업 후 훈련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설명이다.

최보근 문체부 체육국장은 “대면 수업을 많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할 생각”이라며 “대학 입학할 때 학생부 비율을 30% 적용할 수 있는 점은 물론 권고사항이지만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 그런(부족한) 부분이 보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운동 외 꿈 찾게 수업 보장”→“진로선택권 침해”

지난 2017년 이른바 ‘정유라 사태’ 이후 교육부는 같은 해 4월 체육특기자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종전에는 대회 출전 가능 횟수로 제한해 왔지만, 이를 출석인정일수로 바꾸고 2018~2019년 법정 수업일수(매 학년 190일)의 3분의 1인 63일까지만 허용해 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 빙상, 유도, 태권도 등 체육계 여러 분야에서 지도자들의 선수 성폭력, 폭행 등 ‘스포츠 미투’가 불거지자 교육부와 문체부 등은 사회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체육계 비리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출범한 문체부 주관 스포츠혁신위는 2019년 6월 학기 중 주중대회 개최 금지,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골자로 하는 권고안을 내놨다.

당시 스포츠혁신위는 승리지상주의적 체육계 문화를 근절하기 위해 학생선수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운동 이외 진로도 포기하지 않게 정규 수업에 참여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도 출석인정일수를 감축해 왔다.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도 학생선수 인권 보호를 위해 출석인정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을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에 권고했다. 특히 의무교육에 해당하는 초·중학교는 “조기에 폐지하라”며 스포츠혁신위 권고에 힘을 실었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스포츠혁신위 권고안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현 정부 출범 후인 지난해 8~12월 정책연구를 하고 교육계와 시도교육청의 의견을 수렴해 왔다.

스포츠혁신위 권고에 대해 체육계에서 학생선수가 학교를 다닐 수 없는 상황을 만든다는 반대가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문체부 최 국장은 “스포츠혁신위 권고사항 52개 중 49개를 거의 완료했거나 이행 중”이라며 “(출석인정일수는) 현장에서 급격하게 바뀌어 문제가 많았다. 20차례 면담 등을 거쳐 개선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 고 국장도 “현장에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었고 저희 입장에서도 학습권과 운동선수들의 운동 진로 보장을 균형 있게 보장해 줘야 된다는 정책이 더 타당하다고 봤다”며 “기존 정책을 계속 고수해야만 옳은 정책이라고 저희는 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석인정일수 감소에 의해서 불가피하게 본인들이 더 운동을 할 수 있었는데 하지 못했던 그 학생, 학부모에 대해서는 저희도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학생선수는 총 7만1391명으로 초등학생 2만2282명(31.2%), 중학생 2만7508명(38.5%), 고등학생 2만1601명(30.3%)이다.

[세종·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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