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병역브로커, 軍수사관 시절 “사건 무마해주겠다” 금품수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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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은폐하려 허위조서 작성
군검찰에 사건 기록도 안넘겨
2016년 1년6개월형 선고받고 복역

허위 뇌전증 진단을 알선하고 1억 원이 넘는 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병역 브로커 김 모씨가 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김 씨는 병역 면탈 의뢰자들을 상대로 가짜 뇌전증 진단을 받도록 알선하고, 협박성 제안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1억 원이 넘는 금액을 수수해 병역법을 위반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3.1.9/뉴스1 ⓒ News1
허위 뇌전증 진단을 알선하고 1억 원이 넘는 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병역 브로커 김 모씨가 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김 씨는 병역 면탈 의뢰자들을 상대로 가짜 뇌전증 진단을 받도록 알선하고, 협박성 제안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1억 원이 넘는 금액을 수수해 병역법을 위반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3.1.9/뉴스1 ⓒ News1
지난해 12월 21일 구속 기소된 병역 브로커 구모 씨(수감 중)가 과거 군 수사관으로 일하며 사건 해결을 빌미로 금품을 수수하는 등 비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군사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구 씨는 2016년 사기와 공갈, 변호사법 위반,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뇌물 요구, 공무상 기밀누설,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받았다.

군 검찰에 따르면 공군 수사관이었던 구 씨는 “사건을 무마해 주겠다”거나 “검찰관에게 수고비를 줘야 한다” 등의 거짓말을 하며 사건 관계자들에게 돈과 뇌물을 받았다. 또 성범죄 피의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합의를 종용하며 양측으로부터 돈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진술조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사건기록을 군 검찰에 송치하지 않았다고 한다.

2016년 6월 1심 재판부인 공군본부 보통군사법원은 구 씨의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1000만 원, 몰수 900만 원을 선고했다. 구 씨와 검찰은 모두 항소했다.

같은 해 11월 2심 재판부인 고등군사법원은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구 씨의 범행은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군 사법질서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해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구 씨는 다시 상고했고 이듬해 2월 대법원이 이를 기각해 1심 판결이 확정됐다. 형기를 마치고 군을 나온 구 씨는 2020년경부터 ‘국군국방행정사무소’를 개설하고 병역 브로커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병무청 병역비리 합동수사팀은 최근 병역면탈 피의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도망의 우려가 없다”며 17일 영장을 기각했다. 이들은 수사 과정에서 “정말 뇌전증이 있다”며 구 씨의 도움으로 허위 뇌전증 진단을 받은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동수사팀은 다른 병역브로커 김모 씨의 구속 기간이 만료되는 이달 말경 김 씨와 그에게 병역 면탈을 의뢰한 피의자들을 기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구 씨와 김 씨 외에도 일명 ‘병역 행정사’들의 범법 행위가 있었는지 등을 폭넓게 확인할 방침이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병역브로커#허위조서#금품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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