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파에 꽁꽁 얼어붙은 대구 ‘나눔의 온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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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온도탑 74도로 오름세 더뎌
연탄 값 인상, 주택 경기 침체 영향
연탄은행-구세군 기부금도 줄어

3일 대구 중구 동성로 옛 중앙파출소 앞에 설치된 희망 나눔 캠페인 사랑의 온도탑의 수은주가 74.4도에 머물러 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3일 대구 중구 동성로 옛 중앙파출소 앞에 설치된 희망 나눔 캠페인 사랑의 온도탑의 수은주가 74.4도에 머물러 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이번 겨울 날씨가 유난히 추운데 연탄 값은 계속 오르고 후원은 줄어서 막막하네요.”

지역 연탄 기부 단체인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의 심미진 대구경북본부장은 “요즘 걱정이 쌓여만 간다”며 이같이 말했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 연탄 후원을 기다리는 이웃이 많을 텐데 제때 가져다주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 단체에 답지해온 연탄 수는 지난해보다 약 20% 줄었다고 한다. 경기 침체에 연탄 값도 갈수록 오르면서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기부자들의 나눔의 손길이 예년 같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2019년 1장당 700원이었던 연탄 값은 올해 현재 900원까지 올랐다. 심 본부장은 “우리 곁에는 여전히 연탄이 필요한 이웃이 적지 않다. 나눔의 손길이 절실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 코로나19에 움츠러든 후원 손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고물가, 고금리, 부동산 경기 침체 등 경제 한파가 연말연시 대구지역 성금 온도까지 꽁꽁 얼렸다. 나눔의 손길이 움츠러들면서 연말연시 모금 캠페인에 나선 단체들의 목표 달성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4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부터 시작된 희망 나눔 캠페인(이달 31일 종료)의 모금액은 74억4100만 원이다. 1000만 원당 0.1도를 매겨 중구 옛 중앙파출소 앞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는 현재 74.4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85억7400만 원과 비교해 86.8% 수준에 그치는 수치다. 당시 나눔의 온도는 94.8도로 목표 지점인 100도를 앞둔 상황이었다. 사랑의 온도탑은 목표 모금액의 1%가 모일 때마다 수은주가 1도씩 올라가며 목표 모금액을 달성할 경우 100도에 도달하는 방식이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올해 캠페인의 목표 금액을 지난해보다 10% 정도 올린 100억 원으로 잡았는데 수은주 오르는 속도가 예년에 비해 매우 느리다는 게 모금회 측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올해 캠페인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까 봐 걱정이 많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015년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가 최종 83.9도에 그치며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100도 달성을 하지 못했다.
○ “적극적 기부 참여 절실” 호소
올해 모금액이 부쩍 준 것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동구 혁신도시 공공기관의 기부가 부쩍 줄었다. “대구 주요 건설업체들도 부동산 경기 악화로 나눔의 손길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성금 행렬이 이어졌으나 올해는 이마저도 상황이 좋지 않아 기부금이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다.

구세군 자선냄비과 연탄은행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세군 대구경북본영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모금 캠페인을 진행했지만 목표액인 2억 원을 달성하지 못했다. 현재까지 답지된 금액도 1억40000여만 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2000만 원 정도 적다.

대구연탄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기부 연탄 수가 8000장으로 전년도 동기간보다 5000장이나 줄었다고 한다.

대구연탄은행 관계자는 “아직 매서운 추위가 지나가기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기부 참여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나눔의 온도#후원#적극적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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