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통장에서 돈을 빼간다고 의심해 40년간 같이 살아온 아내를 흉기로 살해한 7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받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부장판사 이규홍 조광국 이지영)는 아내 A 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B 씨(72)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자신의 통장에서 돈을 빼돌린단 망상에 따라 범행을 저지른 측면이 있다더라도, 이는 망상증 같은 정신질환 때문이라기보다는 돈의 사용처에 대한 오해에 따른 것이라 보는 게 타당하다”며 B 씨 측의 심신미약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이 사건 이전부터 B 씨로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려오던 A 씨는 무방비 상태에서 극심한 고통과 공포를 느끼며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다”면서 “A 씨의 자녀 등 유족의 용서도 받지 못한 점을 비춰 볼 때 B 씨가 고령임을 감안해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B 씨와 검찰은 각각 양형 부당을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했다.
B 씨는 올해 초부터 배우자인 A 씨가 자신의 통장에서 돈을 빼갔다는 의심에 사로잡혀 A 씨를 폭행했다. 폭력을 견디지 못한 A 씨는 7월 초 자신의 딸 집으로 도망쳐 나왔다. 이후 A 씨의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B 씨는 화가나 “내가 잘못했으니 다시 돌아오라”며 A 씨에게 연락했다. B 씨는 집에 들어온 A 씨를 흉기로 가격해 살인을 저질렀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10년간 무직이었던 B 씨를 부양했고, B 씨 통장에 입금된 돈 일부를 인출해 관리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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