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법-지검 법조타운 건설 계획 사실상 무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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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 높낮이 달라 두 기관 신경전
춘천시 중재에도 끝내 합의점 못찾아
춘천지법의 단독 이전으로 결정

비좁고 낡은 청사를 새로 지어 이전을 추진 중인 춘천지법과 춘천지검의 청사 전경.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비좁고 낡은 청사를 새로 지어 이전을 추진 중인 춘천지법과 춘천지검의 청사 전경.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춘천지법과 춘천지검이 나란히 청사를 이전 신축해 새로운 법조타운을 조성하려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새 법조타운 부지에서 청사를 더 높은 곳에 두려는 두 기관의 기싸움 탓이다.

20일 춘천시와 춘천지법 등에 따르면 석사동 옛 경자동차대대 부지에 춘천지법과 춘천지검을 동반 이전 신축하기로 했던 계획이 최근 춘천지법의 단독 이전으로 사실상 결정됐다. 춘천지법만 단독 이전한다면 춘천의 법조타운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전국 18곳 법원과 검찰 청사 가운데 분리되는 첫 사례다.

춘천지검은 춘천지법의 발표 이후 “연내 예정인 강원도청 신청사 부지 선정 결과를 지켜보며 이전 계획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춘천시에 전했다.

춘천시와 춘천지법, 춘천지검은 2020년 3월 옛 경자대대 부지 6만6200m²에 동반 이전하기로 3자 협약을 했다. 그러나 최근 춘천지법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협약 효력이 상실됐고, 지법과 지검이 나란히 신청사를 동반 이전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단독 이전을 결정했다. 춘천지법은 1차적으로 옛 경자대대 부지에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16일 춘천 학곡지구 공공용지를 답사함으로써 새 후보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춘천지법과 춘천지검의 청사 신축 이전이 늦어진 것은 두 기관의 기싸움 탓이 크다. 옛 경자대대 부지의 높낮이가 달라 더 높은 곳을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지형 특성상 오른쪽 부지가 왼쪽보다 8m가량 높다. 춘천지법은 법원이 오른쪽, 검찰이 왼쪽에 위치한다는 관행을 들어 오른쪽 부지를 점찍었고, 검찰의 변경 요구도 거부했다.

양쪽 높이를 맞추는 성토 작업이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했지만 양쪽이 주장하는 성토 높이가 조율이 안 돼 이마저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춘천시가 중재에 나섰고, 두 기관 관계자들이 수차례 만나 협의했지만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현재의 청사는 1975년 지어졌다. 건물이 낡고 부지가 비좁아 심각한 주차난을 겪는 등 직원과 민원인의 불편이 커 신축 이전이 추진됐고 2020년 춘천시와의 협약을 통해 구체화됐다. 당초 2022년 착공해 2025년 완공할 계획이었지만 이 같은 계획은 ‘물 건너간’ 셈이다.

이런 상황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비판적이다. 윤민섭 정의당 춘천시위원회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춘천지법은 단독 이전을 발표하면서 민원인들의 불편함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형사 사건 처리, 민원인의 활동 반경에 있어 불편함은 불가피하다”며 “두 기관이 시대착오적인 상석 기싸움을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두 청사의 이전 신축에 대한 원만한 합의 도출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법조 서비스 접근 편의성 및 통합성, 도청 이전 등 당면 현안과의 연계, 춘천시의 미래발전 전략 등을 감안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민의 관점 및 기관 간의 합의를 전제로 사안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춘천지법#춘천지검#청사 신축#법조타운 무산#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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