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수가 없네요” 훼손된 지하철 점자 안내판에 속으로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5일 03시 00분


‘흰지팡이의 날’ 앞 실태 점검 해보니

이달 4일 서울 용산구 경의중앙선 이촌역 승강장에 설치된 점자 안내가 훼손된 모습. 시각장애인 홍서준 씨가 지팡이를 짚고 옆을 지나가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달 4일 서울 용산구 경의중앙선 이촌역 승강장에 설치된 점자 안내가 훼손된 모습. 시각장애인 홍서준 씨가 지팡이를 짚고 옆을 지나가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건 도저히 읽을 수가 없네요….”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경의중앙선 이촌역. 시각장애인 홍서준 씨(42)가 용산 방면 1-2 승강장 스크린도어에 설치된 점자를 만지다 “점자가 많이 오염되고 훼손된 상태”라며 이렇게 말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가 정한 ‘흰 지팡이의 날’(15일·시각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함께 서울시내 전철 역사 내 점자표기 실태를 점검했다. 그 결과 승강장에는 대부분 전철 운행 방향과 승강장 번호를 알려주는 점자가 설치돼 있었지만, 점자에 먼지가 쌓이거나 훼손돼 제대로 읽을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촌역처럼 승강장이 야외에 있는 경우 훼손 상태가 더 심했다. 경의중앙선 효창공원앞역 등에는 점자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홍 씨는 “효창공원앞역은 3년 전 점검 때도 점자가 없었는데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르면 역사 내 모든 에스컬레이터 손잡이에는 출구 위치를 안내하는 점자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등에는 일부 에스컬레이터 손잡이에 점자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시각장애인을 돕는 음성유도기 역시 코레일 460개 역사 중 64곳, 서울교통공사 275개 역사 중 36곳에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음성유도기가 설치된 역사에서 특수 제작한 리모컨을 누르면 역사 스피커를 통해 서 있는 위치를 들을 수 있다. 코레일은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년까지 모든 역사에 음성유도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고, 서울교통공사 측은 “시각장애인연합회와 협의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

#점자 안내판#흰지팡이의 날#시각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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