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오를 것” “사교육 성행”… 학업성취도평가 놓고 찬반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부산교육청, 초6-중3-고2 내년 실시… 2024년까지 초3부터 고2까지 시행
하윤수 교육감 대표공약으로 제시
보충학습 통한 학력 향상 취지에도 “학생 삶 팍팍해질 것” 반대 목소리

초중고교생의 학력을 평가하는 학업성취도평가의 내년 9월 시행을 앞두고 교육 현장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수업 중인 부산의 한 고교 모습. 부산시교육청 제공
초중고교생의 학력을 평가하는 학업성취도평가의 내년 9월 시행을 앞두고 교육 현장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수업 중인 부산의 한 고교 모습. 부산시교육청 제공
내년부터 시행될 ‘학업성취도평가’를 앞두고 부산의 교육 현장이 어수선하다. “학교와 학생을 성적순으로 줄 세워 사교육이 성행할 수 있다”는 우려와 “기초학력 상승의 효과가 크다”는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내년 9월부터 초6, 중3, 고2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평가를 시행한다고 19일 밝혔다. 본격 시행 1년 전인 올 9월부터 해당 학년 일부를 대상으로 시범 평가가 이뤄진다. 내년 전수 평가 뒤 2024년까지 초3∼고2 전 학생으로 평가 대상이 확대될 예정이다.

학업성취도평가 시행은 하윤수 교육감이 6·1지방선거에서 제시한 대표 공약이다. 한 학생의 특정 과목 성적이 다른 학생과 비교해 어떤 수준인지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파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부족한 부분의 보충학습을 통해 기초학력 향상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과목별 석차 등이 공개되면 ‘성적 줄 세우기’ 논란이 일 수 있어 석차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 대신 과목별 성취율은 개별적으로 알려줄 예정이다. 수학 과목을 예로 들면 ‘A 학생의 함수영역 성취율은 전체 대비 몇 퍼센트 수준’이라는 점이 안내되는 방식이다.

김석준 전 교육감이 재직했던 8년 동안에도 학업성취도평가는 이뤄졌다. 그러나 모든 학년이 아닌 중3과 고2가 대상이었으며, 전체 학생 중 3%만 표집해 평가했다. 석차는 공개되지 않았다.

내년 9월부터 시행될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해 찬반이 나뉘고 있다. 특히 초등학생에 대한 평가는 찬반이 극명하게 갈린다. 찬성하는 쪽은 초등학교에도 제대로 된 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초등학교에서 이뤄졌던 기초학력평가의 경우 ‘도달’ ‘미도달’로만 학생을 평가했고, 대부분이 ‘도달’을 받아 평가의 의미가 크지 않았다는 것. 이 때문에 중학교 진학 후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시험 평가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 부산교사노조 윤미숙 위원장은 “초등학교에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6학년이 중2 선행학습을 하는 등 오히려 사교육이 많았다”며 “학업성취도평가가 시행되면 학교 공부를 충실히 하는 학생이 더 많아지고 전반적인 학력도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대로 중간·기말시험 등 각종 평가가 있는 중고교와 달리 학력평가 시스템이 사실상 없던 초교에서 학업성취도평가가 이뤄질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크다. 초등 5학년 학생을 둔 부모는 “초등 교실에 ‘너 성취율 몇 퍼센트야’라는 말이 돌고, 사라졌던 ‘공부 잘하는 애’ ‘못하는 애’로 나뉘는 분위기가 다시 생길 것”이라며 걱정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산지부 박용환 정책실장은 “국어와 수학 등 초등학교 성적을 끌어올리려 학생들이 사교육 현장에 내몰리고 학생들 삶이 지금보다 훨씬 팍팍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백양고 1학년 교사 A 씨는 “구체적인 성적이 공개되지 않는다고 해도 결국 학교별 순위가 매겨질 수밖에 없다”면서 “교장 등 관리자는 자신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다고 보고 갖은 편법을 동원해 학생 성적 올리기에 매진하는 등 학교가 과거 모습으로 후퇴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학업성취도평가 전략을 구체화한 하 교육감 인수위원회 관계자는 “평가에 따른 역기능을 최소화하고 순기능을 극대화하는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학업성취도평가의 교육 현장 안착을 위해 ‘부산학력개발원’을 설치해 운영할 예정이다. 이 기관은 학업성취도평가 문항을 개발하고 성취도가 떨어지는 학생을 위한 보충학습을 시행하는 등의 임무를 맡는다.

한편 학업성취도평가 과목은 초등·중학교는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이며, 고교는 국어 수학 영어다. 평가는 교실에서 컴퓨터와 태블릿PC 등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부산교육청#학업성취도평가#찬반 논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