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경찰서 내 장애인 화장실·엘베 없어”…‘자진출석’ 돌연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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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7월 14일 15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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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 News1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 News1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지하철 출퇴근시위를 벌여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14일 돌연 경찰서 자진출석 거부의사를 밝혔다. 당초 전장연은 이날 오후 피의자 조사를 받겠다고 예고했는데, 경찰서 내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 장애인 화장실이 마련되면 경찰 조사를 받겠다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전장연은 이날 낮 1시 서울 종로구 인의동 서울 혜화경찰서 앞에서 ‘전장연 활동가 자진출석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들을 사법처리하려면 그에 합당한 접근권을 먼저 마련해줘야 한다”며 “공공기관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것은 명백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조사는 짧게는 2시간, 길게는 4시간이 넘게 걸리기 때문에 중간에 화장실을 가거나, 잠시 휴식을 취해야할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그러나 혜화서를 비롯한 서울지역 경찰서 대부분은 장애인 화장실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경찰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경찰서 건물 밖으로 나와 찾아다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문애린 활동가도 “지난해 신길역 쪽에 위치한 파출소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방문했는데, 출입구가 계단으로 되어 있어서 들어갈 수 없었다”며 “결국 경찰이 제 휠체어를 들고 파출소 안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정당한 권리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장애인들이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아야 하는 현장에 참여하게 된 상황이 가슴 아프다”며 “국가가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서는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는 사람들을 처벌하겠다는 국가운영 방식이 정말 민주주의 사회인가를 되묻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성호 노들장애인 야학 교장은 “장애인들이 자유를 위한 투쟁을 했을 때는 ‘무죄’라는 것을 주장한다”며 “우리는 지하철을 멈춘 것이 아니라 권리를 만들기 위해서 투쟁한 것이다. 자유를 만들기 위해 모여 투쟁한 것이 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장연 측은 경찰서 내 편의시설이 마련되면 추후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대표는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26명의 전장연 활동가가 36건의 사건으로 출석 요구에 응했거나, 응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전장연 활동가들은 혜화·종로·용산·남대문·영등포·수서경찰서의 출석 요구에 모두 응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전장연 활동가 30명은 “정부는 사법처리가 아닌 장애인의 법적권리를 즉각 보장하라” “지구끝까지 찾아가겠다는 발언을 한 김광호 청장은 즉각 사과하라” “전장연은 범죄집단이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후 이들은 발언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혜화서 측에 전달했다.

한편 서울교통공사는 박 상임대표 등 전장연 관계자들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6차례에 걸쳐 지하철 승하차를 반복하는 식으로 열차운행을 지연시켰다며 전차교통방해,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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