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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단독]메르스때 효과 본 ‘해외여행력 알림’, 원숭이두창엔 적용 안했다

입력 2022-06-24 03:00업데이트 2022-06-24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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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유행국 여행자 병의원 가면 의료진에 경고 알림 띄우는 시스템
잠복기 긴 감염병 확산 막는데 유용… 질병청 “검역관리국 많아 적용 무리”
전문가 “유행국 좁혀서라도 활용을”
감염병 유행 국가에 다녀온 사람이 동네 병의원을 찾으면 의료진에게 자동으로 경고 메시지를 띄워 주는 시스템이 있지만 방역당국이 원숭이두창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숭이두창은 특성상 일선 병의원의 의심 신고가 전파 차단의 핵심인데, 이를 도와 줄 첨단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과학 방역’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은 현재 원숭이두창이 ‘해외여행력 정보제공 전용 프로그램(ITS)’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고 23일 밝혔다. ITS는 특정 감염병이 유행하는 나라에서 입국한 사람이 그 병의 잠복기가 지나기 전에 병의원을 찾으면 의료진 모니터에 “○○○ 여행 이력이 있으니 증상을 눈여겨봐 달라”는 메시지를 띄우는 시스템이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때 한국이 전 세계에서 처음 도입했다. 지카 바이러스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에도 활용했다.

ITS는 원숭이두창처럼 잠복기(최장 21일)가 길어 공항 검역으로 완전히 차단할 수 없는 감염병 확산을 막는 데 유용하다. 의심 환자가 일반 피부병으로 착각하고 동네 피부과를 찾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ITS는 전국 병의원 99%에 설치된 의약품 안전사용 서비스(DUR)를 활용해 사각지대도 거의 없다.

질병청은 원숭이두창 유행 지역이 유럽과 북미, 남미에 걸쳐 광범위한 탓에 ITS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다른 감염병과 달리 원숭이두창은 검역 관리 지역이 27개국이나 되기 때문에 경고 메시지가 남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최근 항공 운송량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 1~4월 입국자는 101만 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4월 1584만 명의 15분의 1 수준이었다. 전체 입국자가 적은 상황에서는 ‘유행국 방문 이력’이 의심 신고의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원숭이두창 발생자가 많은 국가로 좁히더라도 환자의 해외 방문 사실을 띄워주면 신형(3세대) 두창 백신을 도입할 때까지 국내 전파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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