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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사라지는 백사장, 시작되는 해상도시 구상…미래 우리 바다 모습은? [강은지 기자의 반짝반짝 우리별]

입력 2022-05-22 09:30업데이트 2022-05-2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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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태풍·큰 파도에 줄어드는 백사장
해수면 상승으로 저지대 위협 커져
부산시는 해상도시 추진 나서기도
사진출처=pixabay
백사장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백사장이 사라지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해안도로 등 주변이 개발돼 모래가 퇴적되는 통로가 사라져서일 수도 있고요,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높아지거나 강한 태풍으로 모래가 깎여 나가서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 ‘반짝반짝 우리별’에서는 기후변화로 우리나라 해안가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은 다양합니다. 전에 없던 폭염과 혹한, 강력한 태풍과 홍수 등이 그것인데요. 지난해 미국 텍사스에 찾아온 이례적 한파와 폭설, 독일 벨기에 등 유럽이 겪은 ‘100년 만의 폭우’를 기억하실 겁니다. 이런 현상들은 앞으로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는데요. 세계기상기구(WMO)는 “극단적인 이상기후가 발생하는 것이 이제 ‘뉴노멀(새로운 정상)’ 상황”이라고 결론 내린 바 있습니다.

빌딩들이 들어선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의 모습. 물류 이동이 활발한 바닷가는 대도시로 성장하기에 용이하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해안가에 위치한 대도시들이 많다. 동아일보 DB


백사장이 사라지는 것 역시 기후변화로 우리가 겪을 미래입니다. 빙하가 녹아 상승하는 해수면이 백사장 면적을 줄이고, 점점 더 강한 태풍이 자주 찾아와 백사장 모래를 쓸어가기 때문이죠. 백사장이 사라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영암·무안·신안)이 해양수산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 연안 5개중 1개꼴 침식 ‘심각’
해수부는 매년 전국 주요 연안의 250개의 침식 여부를 평가합니다. 연안은 바다와 육지의 경계부인 해안을 포함, 바다와 연계된 지점에 만들어진 습지와 모래언덕 등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해수부는 1년 동안 연안의 면적 평균치를 합산해 침식 정도를 A(양호)등급부터 B등급(보통) C등급(우려) D등급(심각) 등 4단계로 나눕니다. D등급을 받은 연안은 침식이 심각하고 향후에도 우려되는 지역인 셈이죠.

2012년 백사장 일부가 파도에 휩쓸려 간 강원 강릉시 경포대 해수욕장의 모습. 해안가에 모래를 붓는 복구 작업을 진행했다. 동아일보 DB


2020년 전체 250개 연안 중 D등급을 받은 연안은 43개소입니다. 5개 연안 중 1개꼴입니다. D등급 연안수는 전년(17개소)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연안 침식이 일어나는 원인은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크게 두 가지입니다. 태풍과 같은 기상 변화 요인, 그리고 인공시설물 설치 등 연안개발 요인입니다. 해수부는 2020년 D등급을 받은 연안 중 기상 요인으로 침식이 일어난 연안은 33개소라고 설명합니다. 대부분 태풍과 높은 파도 영향으로 침식됐다고 하는데요. 부산 송정 해수욕장과 해운대 해수욕장, 전남 신안군 짝지연안, 전남 여수시 선목도 연안, 강원 강릉시 경포 연안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 해운대 백사장, 5년 새 21% 줄어
여름철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동아일보 DB


이 중 가장 유명한 해수욕장 상황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여름이면 넓은 백사장에 빼곡하게 꽂힌 파라솔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바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입니다. 안타깝게도 해운대해수욕장은 침식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해수부에 따르면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 면적은 2016년 11만4218㎡에서 2020년 8만9955㎡로 5년 새 약 21%가 줄어들었습니다.

이와 같은 침식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해수부가 2019년 펴낸 ‘연안침식 실태조사 백서’에 따르면 해운대해수욕장의 해빈(백사장) 폭은 1970년대만 해도 70m에 달했다 합니다. 그러나 파도와 태풍에 의해 지속적으로 모래가 깎여나가면서 2013년에는 해빈 폭이 37m까지 줄었습니다. 이후 파도의 위력을 줄이기 위해 해수면 아래에 방파제 등 모래 유실 방지 구조물을 설치하고 다시 모래를 부어 다시 폭 85m(2015년 기준)의 넓은 백사장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렇게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다시 줄어든 겁니다.

2020년 태풍 마이삭의 강풍에 유리창이 깨진 해운대 인근 고층 빌딩. 나무판을 대 수리 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2016년 차바, 2018년 콩레이, 2019년 프란시스코, 2020년 마이삭과 하이선…지난 5년 간 부산에 상륙했거나 주변을 지나가며 영향을 준 태풍들입니다. 해마다 태풍의 영향을 받는 셈인데요. 강한 바람과 거대한 파도가 도로와 아파트를 덮쳐 인명·재산 피해가 상당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백사장도 줄어듭니다. 안타깝게도, 앞으로는 기후변화로 더 강한 태풍이 더 자주 발생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 기후변화로 연안 침식 심화
해운대해수욕장만 그럴까요? 아닙니다. 2020년 기준으로 연안 침식 위험이 C등급(우려)과 D등급(심각)을 받은 연안은 점검 대상의 절반 이상인 156개소(62.4%)입니다. 연안 침식의 위험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곳이 이렇게 많다는 뜻합니다.

전국 연안 시·군·구에 거주하는 인구 비율. 해양수산부 연안포털


연안 침식은 우리 삶과 직결됩니다. 해수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전국 인구의 27.9%(1407만9000여 명)가 부산 인천 울산 강원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 등 연안과 맞닿은 시·군·구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점점 더 강한 태풍이 자주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친다면? 태풍 피해는 갈수록 커질 것이고 백사장은 물론 갯벌과 양식장도 타격을 입습니다. 여기에 침수 지대가 늘어나면 영혼을 끌어 모아 마련한 집이 침수되는 끔찍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해안가에 살던 사람들이 지대가 높은 곳으로 집을 옮기면 기존에 고지대에 살던 사람들이 저지대로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원주민 이탈 현상)과 같은 사회적 문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2030년 해수면 상승과 홍수가 겹칠 경우를 예상한 그린피스의 연구


실제 2030년 이후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강한 태풍과 큰 파도가 덮친다면 해안지역과 강 주변 등 국토의 약 5%가 침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해수면 상승과 강력한 태풍이 겹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피해를 예상한 것인데요. 2020년 이 시나리오를 발표한 그린피스는 “침수 지역에는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을 비롯한 국가 기간 시설과 항만, 발전소 등 여러 산업시설이 포함돼 있다”라며 “지구온난화로 해안과 하천의 홍수가 잦아지면 수조 원을 들인 국가 기간 시설의 기능이 마비되고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 해상도시 만드는 부산
부산시는 세계 최초로 해상도시를 만들겠다고 나섰습니다. 지난달 2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해비타트(HABITAT·인간정주계획) 원탁회의에서 ‘지속가능한 해상도시’를 추진하겠다고 공식 선포한 것인데요. 해상도시는 수상가옥을 도시로 확대한 개념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주거 공간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도시들의 기후변화 적응 대책으로 논의돼 왔습니다. 부산시가 이를 실현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부산 해상도시 예상 이미지. 부산시·오셔닉스 제공


부산시가 구상 중인 해상도시는 부유식 구조물을 해상에 설치해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또 자체적으로 에너지와 식량을 생산하고 폐기물을 물을 순환해 사용하는 시스템을 구비해 자급자족이 가능한 스마트 시티가 될 것이라고도 하네요.

내년부터 기본·실시 설계가 시작되는 해상도시는 2027년 착공될 전망입니다. 유엔 해비타트 원탁회의에 영상으로 기조연설을 한 박형준 부산시장은 “인류를 위한 역사적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은 지구 공동체와 협력과 실행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며 “부산의 도전이 기후변화 극복의 희망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해수면 상승을 실질적인 위기로 받아들이고 대응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밝힌 겁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문제는 더 이상 작은 섬나라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에게도 이미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 더 커질 전망입니다. 해수부는 기후변화로 인한 연안 침식을 막기 위해 “2030년까지 연안 238개소에 2조3000억 원을 투자해 연안정비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연안침식이 심각한 곳은 연안침식관리구역으로 지정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


국회에서도 대응 목소리가 나옵니다. 서삼석 의원은 “급격한 기후변화는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임계점에 다다라 해양생태계와 농어촌 뿐 아니라 삶의 곳곳에서 일상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기후위기에 철저히 대응하도록 정부활동을 감시하고 법·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답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일회용품 줄이기·대중교통 타기와 같은 실천을 지속하고, 기업과 정부에 기후변화에 대응하라는 목소리를 계속 내는 것입니다. 이번 여름 백사장에서 바다 수영을 즐기고 장기적으로는 하나뿐인 우리 삶을 건강하게 이어나가려면, 누구도 예외가 아닙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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