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흉물로 방치된 양산 통도환타지아…‘文 전 대통령 특수’ 타고 재개장 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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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산마을 사저와 2km 거리에 위치, 멈춰선 놀이기구와 워터파크 황량
인근에 대형 놀이시설 들어서며 이용객 줄어들어 2년 전부터 휴장
대규모 자금 필요해 재개장 힘들 듯

2년 넘게 휴장 중인 통도환타지아 정문 주차장에는 양산시가 발주한 도로확장 공사 자재들이 어지럽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2년 넘게 휴장 중인 통도환타지아 정문 주차장에는 양산시가 발주한 도로확장 공사 자재들이 어지럽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문재인 전 대통령도 사저로 왔는데 한 동네에 있는 통도환타지아는 언제 다시 문을 열지….”

영남권 유명 테마파크인 경남 양산시 하북면 통도환타지아 인근에서 16일 만난 식당 주인 A 씨(56). 그는 “통도환타지아가 문을 닫은 지 2년이 지났는데 아직 재개장 소식은 들리지 않고…. 이러다 경남 창녕 부곡하와이처럼 폐장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통도환타지아는 문 전 대통령의 양산 평산마을 사저로 가는 길목에 있다. 같은 하북면으로 사저와는 약 2km 떨어져 있다.

이날 취재진이 찾은 통도환타지아 메인 게이트는 크림색 페인트가 빛바랜 채 굳게 닫혀 있었다. 동문은 군데군데 녹이 슬어 있었다. 정문 주차장에는 차량 대신 양산시가 발주한 도로확장 공사 자재들이 어지럽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광장에 설치된 시계탑의 시계는 고장 난 지 오래된 듯했고, 매표소 주변은 어지럽게 방치돼 있었다. 관람차, 바이킹, 범퍼카, 회전목마, 환타지아 스페셜, 우주전투기, 다람쥐통 등 놀이기구는 모두 멈춰 서 있었고, 텅 빈 워터파크와 콘도는 황량함까지 느껴졌다.

바로 옆 통도사에서 이름을 따온 통도환타지아의 과거는 화려했다. 한때 우리나라 테마파크 원조 격인 부곡하와이와 함께 영남권 대표 테마파크로 이름을 날렸다. 1993년 개장한 통도환타지아는 개장 첫해 140만 명이 몰렸다. 2000년대까지 부산·울산·경남의 어린이들에게는 ‘필수 코스’로 사랑받았을 정도다.

그러나 개장 15년을 넘기는 시점에 젊은이 취향을 살린 대형 워터파크 등 크고 작은 놀이시설이 새로 생기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시설이 낡아가는 데 반해 재투자는 따라가지 못했고, 이용객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생겼다.

2020년 닥친 코로나19는 결정타였다. 당국의 방역조치 강화와 입장객의 급격한 감소가 맞물려 결국 그해 3월 양산시에 휴장 신청을 했다. 여러 차례 휴업 기간을 연장해온 사업자는 올 3월 또다시 9월까지 휴업 기간 연장을 통보했다. 그 사이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까지 문을 열었다.

통도환타지아 주변 상인들 사이에서는 ‘문 전 대통령 특수’로 재개장이 서둘러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통도환타지아 인근 식당 주인 B 씨(45)는 “전직 대통령 사저 길목에 자리 잡은 테마파크가 장기간 흉물로 방치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도환타지아 재개장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통도환타지아 사업주인 D리조트 측은 테마파크 직원을 회사가 운영하는 골프장으로 발령해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산시 관계자는 “영남권에 새로 조성된 테마파크와 맞서기 위해서는 공격적으로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수 있다”며 “민간 영역이라 재개장을 강제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통도환타지아와 함께 유명 관광지로 꼽혔던 부곡하와이는 개장 38년 만인 2017년 5월 29일 폐장했다. 부곡하와이는 해외여행이 일반화하지 않았던 1980, 90년대 신혼여행과 수학여행, 가족여행지로 인기를 끌었다. 폐업 전까지 한 해 200만∼250만 명이 다녀갔다. 덕분에 부곡온천관광특구가 전국적인 온천 관광지로 이름을 날렸지만 대형 워터파크가 잇따라 문을 열면서 위기를 맞았고, 결국 문을 닫았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영남권 유명 테마파크#통도환타지아#흉물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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