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文, 검수완박 거부권 행사해달라…간곡히 호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3일 11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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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일 오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대검찰청이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께서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3일 오전 입장문을 내 문 대통령에게 검수완박 법안 거부권 행사를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대검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수호자로서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께서 국가의 백년대계인 형사사법제도 개편이 심도 깊은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쳐 국민적 공감대 위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헌법에 규정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여 주실 것을 마지막으로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국회 본회의에서 지난달 30일 검찰청법 개정안이 통과된 데 이어 이날 형사소송법 개정안까지 통과되면서 사실상 검수완박의 입법 절차는 마무리됐다. 남은 절차는 3일 오후 2시 개최될 예정인 국무회의의 심의 의결 및 공포 과정 뿐이다.

대검은 입장문에서 검수완박 법안으로 인해 오히려 사회적 약자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대검은 “의결된 법안(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고발인의 이의신청 권한이 박탈되어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선의의 고발이나 내부 비리에 용기를 낸 공익제보자의 호소는 법에 의해 가로막히게 된다”며 “고소인이나 피해자가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진범, 공범, 추가 피해 및 범죄수익환수를 위한 수사를 할 수가 없어 사건 전모를 밝히고 억울한 국민들의 서러움을 달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없어진다”고 밝혔다.

대검은 특히 검수완박 법안의 위헌성 및 입법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대검은 “검사를 영장청구 등 수사주체로 규정한 헌법(12조 3항, 16조) 위반, 공직자범죄 부정선거사범 등 중요사범에게 합리적 이유 없이 특혜를 줘 평등원칙을 규정한 헌법(11조 1항) 위반,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 진술권을 규정한 헌법(27조 5항) 위반 등 명백한 위헌 소지가 있다”며 “특히 제대로 된 의견청취 한 번 없이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은 사이에 법안이 통과되었고, 그 과정에서 헌법과 국회법이 정한 절차가 형해화됨으로써 헌법상 의회민주주의, 적법절차의 본질이 훼손되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검은 이와 별도로 3일 오전 검찰 구성원 3376명이 직접 작성한 호소문을 정부합동민원센터를 통해 대통령비서실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권상대 대검 정책기획과장은 문 대통령에게 보내는 호소문에서 “대통령께서는 취임하실 때 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온 국민께 약속했다”며 “그 어떤 말로 설명하더라도 민주당 의원의 사임과 무소속 의원의 보임, 민주당 의원의 탈당에 이은 보임을 국회에서 통상 벌어지는 상식이라고 하시진 못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권 과장은 “취임사는 국민에 대한 약속임과 동시에 대통령직이라는 무거운 짐을 5년간 져야 하는 스스로에 대한 가장 순수한 약속이고 다짐이라고 알고 있다”며 “취임사 앞에, 그 순수한 약속과 다짐 앞에 당당했던 대통령으로 기억되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입장이 나왔다. 한국법학교수회는 3일 성명서를 통해 “내용 및 입법 절차상 중대한 흠을 가진 검수완박 법안의 시정을 위해 헌법상 부여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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