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한잔, 평범하게 살자”…이은해·조현수 완전범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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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15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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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해가 조현수에게 보낸 엽서글.(왼쪽), 조현수가 이은해에게 보낸 엽서글.(오른쪽). 엽서는 이씨가 도주 직전까지 살았던 주거지 우편함 속에 남겨져 있었다.2022.4.14/뉴스1
이은해가 조현수에게 보낸 엽서글.(왼쪽), 조현수가 이은해에게 보낸 엽서글.(오른쪽). 엽서는 이씨가 도주 직전까지 살았던 주거지 우편함 속에 남겨져 있었다.2022.4.14/뉴스1
“이 편지가 333일 뒤에 온다고 했는데…그 때는 별일 없이 평범하게만 잘 살고 있었음 좋겠다.”

이은해(31·여)와 조현수(30)의 거주지에서 발견된 엽서글에는 검찰의 전면 재수사 착수 후 이들이 직면한 심경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씨는 2021년 3월17일 조씨에게 “우리 벌써 만난 지 2년이 넘었네”라는 내용으로 엽서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이 글 작성 당시로부터 2년쯤이면 고인에 대한 살인 및 살인미수 범행이 시작된 해이다.

이씨는 조씨와 함께한 지난 2년간의 기억을 되짚으며 공범 조현수에게 “온갖 풍파를 다 겪었는데 함께 해줘서 고맙다”고도 했다.

‘온갖 풍파’라는 단어에서 마치 이씨는 ‘2년간 함께한 범행 과정 그리고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은 일들’을 함축한 듯하다.

이후 이 엽서가 도착할 쯤 출소하는 친구를 거론하며 “그때는 별일 없이 평범하게만 잘 살고 있었음 좋겠다”고도 한다. 거론된 친구는 전과 29범으로 ‘계곡 살인’ 사건의 공범으로

당시 이들이 여행간 시점은 2021년 3월로 검찰의 전면 재수사가 착수된 2021년 2월을 한달여쯤 넘긴 때이다.

결국 당시에는 검찰의 재수사를 의식한 듯, 조여오는 수사망에 압박을 느끼고 있던 감정도 그대로 표출된다.

그러나 압박도 잠시 “이 편지 받으면 예천 다시 놀러와서 주막에서 막걸리 한잔하면서 또 이거 편지 쓰자”고 한다.

이씨는 검찰 재수사에 대한 압박에도 끝내는 ‘무혐의’로 풀려나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고 있다. 이 문장에서도 완전범죄를 노린 그의 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조씨의 엽서글에도 이씨의 같은 마음이 담겨 있다. 조씨는 이씨와 가정을 꾸릴 미래를 생각하며 엽서를 써내려간다.

그는 “지금쯤이면 (이씨의 아이)B는 아빠라고 해주고 있으려나? 너무 좋겠다”고 한다. 또 “아직 살고 있다면 큰 재앙은 없었다는 거겠지?”라는 표현에서 짐작케 하듯 제대로 살고 있지 않다면 마치 미래에 재앙을 맞을 수도 있다는 염두를 해두고 있는 듯하다.

조씨는 이씨와 함께한 어떠한 일(?)로 인해 결국 미래에 재앙을 예상했고, 그 재앙을 피한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써내려갔다.

결국 조씨 역시도 이씨와 함께 완전범죄를 꿈꿨고,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다면 함께 가정을 꾸릴 생각을 한 듯하다.

범죄분석전문가들은 이 엽서에 대해 ‘범죄 파트너 간 비밀유지 편지’로 해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씨는 애정을 빌미로 조씨를 동맹관계로 만들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분석했다. 또 공감능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이코패스 성향이라고도 판단했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지난해 12월 검찰 조사에 불응해 도주한 뒤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이들을 공개수배했다.

(인천=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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