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이 떨리고 정신이 하나도 없심더”…울진 산불 피해주민 ‘패닉’

  • 뉴스1
  • 입력 2022년 3월 5일 11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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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군 산불 이틀째인 5일 화마가 덮친 북면 신화 2리 마을이 잿더미로 변해있다. 2022.3.5/뉴스1
경북 울진군 산불 이틀째인 5일 화마가 덮친 북면 신화 2리 마을이 잿더미로 변해있다. 2022.3.5/뉴스1
“아직도 온 몸이 덜덜 떨리고 정신이 하나도 없심더”

5일 오전 경북 울진군 북면 부구리에 사는 60대 주민 A씨는 휴대전화를 움켜쥔 채 이렇게 말했다.

전날 오전 11시17분쯤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부구리까지 올라올 당시의 아찔한 상황을 떠올린 A씨는 “불이 여기까지 번질지 몰랐다”고 했다.

그는 “4일 오후 4시쯤 우리 집을 사이에 두고 양쪽 산에 불길이 치솟았다. 코를 찌를 듯한 연기가 집 앞까지 올라왔다”며 몸서리를 쳤다.

이어 “전화를 붙잡고 소방서에 ‘제발 집 좀 지켜달라’는 부탁만 남긴채 정신없이 불길을 피해 도망나왔다”고 전했다.

울진군 북면 신화리에 사는 60대 김모씨도 “집 뒷쪽 산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황급히 집으로 달려갔지만 화마를 피할 수 없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소방서에 신고를 하려 했는데 휴대전화가 먹통이 되는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왜 하필 그때 전화가 되지 않았는지…”라며 허탈해 했다.

김씨와 한 동네에 사는 70대 이모씨는 “순식간에 불이 집까지 내려왔다. 말그대로 속수무책이었다”고 말했다.

경북 울진 산불 이틀째인 5일 오전 울진군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에서 뜬 눈으로 밤을 보낸 이재민들이 진화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임시 대피소에는 신화리 등 5개 마을 주민 등 400여 명이 대피해 있다.2022.3.5/뉴스1
경북 울진 산불 이틀째인 5일 오전 울진군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에서 뜬 눈으로 밤을 보낸 이재민들이 진화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임시 대피소에는 신화리 등 5개 마을 주민 등 400여 명이 대피해 있다.2022.3.5/뉴스1
산림당국에 따르면 울진 산불 발생 이틀째인 5일 오전 7시까지 주택 116채가 불 탄 것으로 추정된다.

마을회관 1곳과 창고 28곳, 교회 1곳, 울진군환경자원사업소 등을 합하면 158곳의 부동산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송전선로 4회선도 차단돼 복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풍을 탄 불길이 이틀 동안 마을 곳곳을 집어삼켜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오전까지 산불 피해 면적은 울진 5570ha, 삼척 496ha 등 6066ha에 달한다. 이는 축구장(0.714ha) 8496개 면적과 맞먹는다.

다행히 아직까지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주민 5000여명이 울진군민체육센터 등으로 긴급 대피해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울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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