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 죽기 싫어요” 경찰 찾아가 양부모 신고한 초등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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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월 28일 0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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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당한 아이가 피해사실을 털어놓은 글. JTBC 방송화면 캡처
학대당한 아이가 피해사실을 털어놓은 글. JTBC 방송화면 캡처
초등학교 4학년 어린아이가 양부모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경찰을 찾아가 부모를 신고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아이는 “얼어 죽기 싫다. 따뜻한 세상에 살고 싶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27일 JTBC 보도에 따르면, 태어나자마자 경남의 한 가정에 입양된 A 군은 초등학교 4학년이던 2020년 무렵부터 가족들과 떨어져 원룸에서 혼자 생활해왔다. A 군이 살던 원룸에는 TV나 장난감은 물론 책상이나 밥상도 없었다.

양모는 5분 거리의 집에서 지내며 원룸에 설치한 카메라를 통해 아이를 감시했다. A 군은 “먹을 때 자꾸 흘리니까 엄마 아빠가 서서 먹으라고 했다”며 매일 카메라 앞에 서서 반찬도 없이 볶음밥만 먹었다고 했다. A 군은 이를 “개밥 같았다”고 표현했다. 부엌문도 잠가놔 A 군은 화장실에서 수돗물을 마시며 버텼다.

A 군은 또 양모가 빨래 말릴 때를 제외하곤 한겨울에도 보일러를 틀어주지 않아 다섯 겹의 옷을 입고 잤다고 한다. 이불도 한 장뿐이라 절반은 덮고 절반은 깔고 자야 했다고 털어놨다. 양부는 영하의 날씨에도 A 군을 찬물로 목욕시켰고, “군인은 겨울에도 얼음물에 들어간다”며 행위를 정당화했다.

양모는 아이에게 폭언도 일삼았다. A 군은 양모에게서 “나가서 꼭 뒈져라” “쓰레기야, 더 이상 집에 들어오지 마라. 너 같은 XX랑은 살 필요 없다” “담벼락에 머리를 찧으라” “산에 올라가 절벽에서 뛰어내려라” 등의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A 군은 상담사에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싶은데 계속 기억만 남는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A 군의 부모는 과거에도 두 차례 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가벼운 처벌에 그치거나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 군이 초등학교 1학년 때인 2017년 7월 온몸에 멍이 들고 갈비뼈가 부은 채 등교해 교사가 수사기관에 신고했으나 당시 법원은 양부모에게 보호 관찰처분을 내렸다.

2년 뒤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도 이들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A 군이 피해 진술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 군은 매번 ‘엄마가 사랑해서 때린 것’이라며 양모를 옹호했다. 양모는 오히려 교사와 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이 A 군을 학대했다는 민원을 수차례 넣었다.

A 군이 피해 사실을 진술하기 시작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시작되면서부터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장시간 머물며 아동학대 관련 교육과 상담 치료를 받은 A 군은 여태껏 자신이 학대받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A 군은 2020년 12월 스스로 경남의 한 지구대를 찾아가 양부모를 신고했다. A 군은 당시 지구대에 “오늘 같이 추운 날 찬물에 목욕하고 냉방에서 자면 얼어 죽을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A 군과 분리 조치된 양부모는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 군의 양모는 “아이가 거짓말하는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아이에게 죽으라고 한 건 잘되라고 했던 말이며, 홈 카메라를 설치한 건 남편과 이혼 절차를 밟으며 원룸에 혼자 사는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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