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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사회

들깨밭 속 알몸 사체…성범죄로 위장한 살인사건

입력 2022-01-28 08:26업데이트 2022-01-2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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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을 살해하고 나체 상태로 시신을 유기한 남성(32)과 이를 지켜본 20대 여성에 대한 현장검증이 2017년 9월25일 충북 청주시 옥산면 장남천의 한 뚝방길에서 진행되는 모습. 2017.9.25/뉴스1 © News1
2017년 9월 19일 오전 6시47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한 시골 농로에서 2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들깨밭 속에서 발견된 이 여성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 상태였다. 머리와 얼굴은 무엇에 맞은 듯 심하게 훼손돼 있었다.

무슨 이유로 무자비하게 살해당한 뒤 시골 외진 곳에 유기된 것일까.

사건의 발단은 수개월 전으로 흘러간다.

숨진 A씨(당시 22)는 전 남편의 지인 B씨(32)와 10년 넘게 알고 지냈다. B씨의 여자친구 C씨(23)와도 15년간을 언니 동생 하며 친하게 어울렸다.

서로의 아이를 돌아가며 맡아볼 정도로 가족처럼 지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이상한 소리가 B씨의 귀에 들려왔다.

자신이 A씨의 아이를 돌보며 학대를 했다는 소문이었다. 수소문 끝에 A씨가 소문의 시작이었음을 확인했다.

화가 치밀어 오른 B씨는 18일 밤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만남을 제의했다. 담판을 짓기 위해서였다.

B씨는 19일 밤 12시가 넘은 시각 A씨와 C씨를 차에 태워 이동했다. 차로 이동하는 내내 말싸움이 벌어졌고,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 오갔다.

화를 참지 못한 B씨는 옥산 한 농로에 차를 세우고 A씨를 폭행하기 시작했다. 농작물 지지대로 쓰는 철제 말뚝까지 뽑아 마구 휘둘렀다.

무자비하고 걷잡을 수 없는 B씨의 폭행은 한동안 이어졌고, A씨가 의식을 잃을 때쯤 멈췄다.

B씨는 뒤늦게 정신을 차렸으나, 자신의 범행을 감추기 위해 더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다.

A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범행을 성범죄로 위장하려는 계획도 세웠다.

의식을 잃어가는 A씨에게 옷을 벗으라고 윽박질렀고, 공포에 질려 옷을 벗은 그를 다시 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했다.

흙을 끌어모아 곳곳에 흩뿌려진 혈흔을 덮었고, 그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휴대전화와 신분증을 모조리 챙겼다.

A씨와 옷가지를 인근 들깨밭으로 밀어 넣고 현장을 빠져나왔다.

B씨와 C씨는 치밀한 도주 계획을 짰다. CCTV에 찍혔을지도 모를 자신의 승용차를 버리고 콜밴을 불러 대전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차를 빌린 이들은 강원도 속초의 한 펜션으로 이동해 몸을 숨겼다.

하지만 숨진 A씨의 신원을 확인하고 용의자를 좁힌 경찰이 이들의 이동경로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결국 이들은 자신이 살해한 A씨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지 19시간 만에 펜션으로 들이닥친 형사들에게 붙잡혔다.

경찰은 B씨는 살인, C씨는 살인 방조 혐의로 입건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C씨의 범행 가담 사실이 확인돼 살인 혐의로 바꿔 적용했다.

이들은 경찰서 유치장에서 ‘배신하지 말라’는 내용의 쪽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범행을 은폐하려는 뻔뻔함을 보이기도 했다.

재판에 넘겨진 B씨와 C씨는 1심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살해 동기가 아주 사소한 일에 불과함에도 법원에서 다룬 사건 중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한 범행을 벌였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2심 재판부는 이들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의 형을 유지했다.

(청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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