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품에 언제쯤?”…사고 차량 돕다 숨진 외국인 근로자 귀국길 난항

  • 뉴스1
  • 입력 2022년 1월 12일 14시 54분


지난해 12월 27일 충남 아산에서 빙판길 교통사고로 외국인 근로자 3명이 숨졌다.(충남아산소방서 제공)© 뉴스1
지난해 12월 27일 충남 아산에서 빙판길 교통사고로 외국인 근로자 3명이 숨졌다.(충남아산소방서 제공)© 뉴스1
낮 기온마저 영하에 머무는 매서운 겨울 한파가 3일째 이어지던 지난해 12월 27일, 카자흐스탄 국적의 A씨(39)는 충남 아산의 건축자재 제조업체에서 일하고 있었다. 사촌인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B씨(44)도 이 공장에 첫 출근했다.

저녁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일을 마친 이들은 러시아 국적의 동료 2명과 함께 검정색 쏘렌토 차량을 타고 퇴근했다.

이들이 숙소로 가는 인주산업단지로는 연이은 강추위와 낮에 내린 눈으로 꽁꽁 얼어 있었다. 빙판길을 조심스럽게 달리던 이들은 공장에서 4㎞ 떨어진 곳에 정차된 1톤 화물차를 목격했다.

화물차는 편도 2차선 도로에 대각선으로 멈춰 서 있었다. 빙판길에 사고를 당한 것처럼 보였다. 이들은 갓길에 차를 세우고 화물차 운전석으로 다가갔다. 다행히 운전자는 별다른 외상이 없어 보였다. 필리핀 국적의 화물차 운전자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차량 밖으로 나왔다.

지난해 12월 27일, 충남 아산에서 빙판길 교통사고로 외국인 근로자 3명이 숨졌다.(충남아산소방서 제공)© 뉴스1
지난해 12월 27일, 충남 아산에서 빙판길 교통사고로 외국인 근로자 3명이 숨졌다.(충남아산소방서 제공)© 뉴스1
그 때 흰색 쏘렌토 차량이 이들을 덮쳤다. 새해를 나흘 앞둔 12월 27일 오후 8시 27분, A씨와 B씨, 화물차 운전자 등 3명은 차가운 빙판길에 쓰러져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타인을 도우려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지 2주가 넘었지만 A, B씨는 여전히 가족들의 품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경찰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아서다. 사고를 조사 중인 경찰은 사망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내기 위해 부검을 결정했다.

그동안 병원 안치실에 안치돼 있던 이들에 대한 부검은 12일 실시됐다.

부검을 마침에 따라 장례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그나마 B씨는 국내에 형제가 있어 장례 절차가 비교적 수월하게 결정됐다.

이들의 장례절차를 도운 이주민센터 관계자는 “장례 절차에 가족 등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국내에 가족이 없는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외국에 거주하는 가족과 연락해 동의를 얻는데만 적지않은 시간이 소요된다”라고 말했다.

500여만 원의 장례비는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에서 우선 지급한 뒤 가해차량 운전자와 합의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화장을 마치면 A, B씨의 운명은 갈린다. B씨의 경우 친동생이 국내에 거주해 유골을 인도받을 수 있다.

하지만 A씨는 1년 간 가족 품에 안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카자흐스탄 국적인 A씨의 아내와 자녀가 러시아에 거주 중이기 때문이다.

A씨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관계자는 “카자흐스탄과 러시아의 외교적 문제로 카자흐스탄 국적의 유골을 러시아로 반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1년 정도는 국내 납골당에서 보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주민센터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국내에서 일하다 안타까운 사고를 많이 당하지만 사망 시 도움을 받기 어렵다”라며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지원책이라도 마련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부검 결과가 나오는대로 가해 차량 운전자(52)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아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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