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데…” 택시기사-경찰 눈썰미가 노부부 5000만원 지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5일 22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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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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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수천만 원을 날린 뻔했던 80대 노부부가 택시기사와 경찰의 차분한 대응으로 피해를 면했다.

15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경 정읍경찰서 112 상황실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터미널 근처에 내렸는데 이상하다”는 택시기사의 신고가 접수됐다.

역전지구대 김명성 경위와 이한옥 경장은 곧장 현장으로 출동했고 구석진 골목에서 전화를 받으며 주변을 살피는 할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발견했다.

김 경위 등은 부부에게 다가가 “어떻게 오셨냐”며 말을 걸었다. 하지만 부부는 “괜찮다. 그냥 가시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휴대전화를 끊지 않고 피하는 두 사람의 행동에 ‘보이스피싱’을 직감한 김 경위는 할머니의 휴대전화를 빼앗았다.

그제야 할머니는 바닥에 주저앉으며 “딸이 납치됐다. 경찰 부르면 안 된다고 했다”며 울먹였다. 할아버지의 품속에는 수표와 현금 5000만 원이 있었다. 김 경위는 딸에게 전화를 걸어 부부와 통화를 시켜줬다. 하지만 할머니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3차례 넘는 통화에도 할머니가 믿지않자 김 경위는 딸에게 영상통화를 요청했다.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딸의 모습을 본 뒤에야 부부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김 경위는 “많이 놀라셨던 것 같다. 큰 피해를 예방할 수 있어 참 다행”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부부에게 전화를 건 보이스피싱 일당을 쫓고 있다.


정읍=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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