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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사랑하고 힘내세요!”…올해도 찾아온 ‘얼굴 없는 꼬마천사’

입력 2021-12-09 17:12업데이트 2021-12-09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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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 봉성면의 얼굴없는 꼬마천사가 면사무소에 놓고 간 기부물품. 봉화군 제공
“사랑하고 힘내세요!”

선물 꾸러미와 함께 놓인 손 편지에는 발신처가 없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이름 대신 자신을 기부자라고 소개했다. 띄어쓰기도 맞지 않는 서툰 글씨지만 손 편지에는 이웃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어린이가 지난해부터 어려운 이웃과 독거노인을 위해 생필품을 기부하고 있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9일 경북 봉화군에 따르면 이틀 전인 7일 오전 8시 경 봉성면사무소 현관 앞에 손편지와 함께 라면, 마스크, 양말 등 생필품이 한가득 놓여있었다. 가장 일찍 면사무소에 도착한 직원이 출근길에 발견했지만 전날 밤 생필품을 놓고 간 기부자는 만나지 못했다. 놓고간 돼지저금통에는 꼬깃꼬깃 접힌 지폐와 동전이 가득 차 있었는데 약 7만 6000원 정도였다.

면사무소 직원들은 손 편지의 글씨체를 보고 바로 정체를 알았다. 봉성면에 사는 초등학생 A 양(11)이었다. A 양은 손 편지에 “올해도 안녕하셨나요! 이 선물들은 독거노인 분들이나 어려우신 분들에게 나누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봉성면 주민들은 A 양을 ‘얼굴 없는 꼬마 천사’라 부른다. 기부를 하는 아이가 누군지는 주민들은 알고 있지만 A 양의 선행이 기특해 애써 모른 척한다. 봉화군 관계자는 “주민이라고 해봐야 2000명 정도밖에 안된다. 글씨체를 보면 꼬마 천사가 누군지 다 안다”며 “중학생인 언니도 동생과 함께 남몰래 기부를 하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얼굴없는 꼬마 천사가 적은 손 편지. 봉화군 제공

A 양은 면사무소에 지난해부터 모두 5차례 기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컸던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마스크와 생필품을 면사무소에 놓고 갔다. 얼굴 없는 꼬마 천사의 첫 기부였다.

같은 해 5월 8일에는 독거노인에게 전해달라며 라면 수십 개를 놓고 갔고 그해 12월에는 라면과 마스크, 현금을 면사무소 현관 앞에 몰래 두고 떠났다. 올 5월 8일에는 직접 포장한 카네이션 30송이를 몰래 기부했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어린 기부자의 따뜻한 마음에 주민들의 이웃사랑도 더욱 커졌다”며 “이번에 전해온 선물도 어려운 이웃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봉화=명민준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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