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과 셀카 찍어야 하나”…‘스토킹 살인’ 유족 울분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1-11-26 12:04수정 2021-11-2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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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받는 상황에 살인범과 셀카를 찍어야 하나요?”

‘스토킹 살인범’ 김병찬(35)에게 당한 피해 여성의 여동생은 울분을 토했다.

피해자의 3남매 중 막내인 A 씨는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스토킹 당할 때)경찰은 그 살인범과 같이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 등 이런 증거를 원하더라. 그게 말이 안 되잖냐. 언니가 셀카를 찍을 수도 없고. 그 살인범이랑”이라고 말했다.

“그 살인범이 언니 휴대폰을 강제로 뺏어서 메시지나 카톡을 다 지웠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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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신변 보호 대상자였던 A 씨의 언니는 김병찬의 집요한 스토킹에 시달리다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언니가 전 근무지인 부산과 서울에서 수차례 신고했는데 그때마다 경찰의 별다른 조치가 없었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A 씨는 “그렇다. 언니가 수차례 신고도 하고 다 했는데, 증거를 같이 있을 때 남겨놓을 수가 없잖으냐. 그런데 증거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고 언니가 카톡으로 보낸 게 있다. 그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리고 언니한테 어떤 경찰은 ‘협박당한 게 맞냐?’고 (의심해) 물어봤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언니가 임시 거처를 신청하고 법원에서도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김병찬에게는 그냥 전달만 하고 땡이다. 언니가 임시보호소로 이동할 때 그 살인범이 언니 차에서 자는 것을 수사관이 발견했는데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만 주고 다시 돌려보냈다고 한다”고 원망했다.

허술한 스마트워치 시스템에 대해서도 분통해 했다.

사건 당일(11월 19일) 경찰이 피해자에 지급한 스마트워치 위치 값에 따라 서울 명동 일대를 헤매는 사이 피해자는 약 500m 떨어진 곳에서 김병찬에게 당했다. 오차범위가 큰 시스템으로 찾는 과정에 벌어진 비극이다.

A 씨는 “차라리 스마트워치 지급이 안 됐으면 언니가 휴대폰 SOS 기능을 써서 정확히 위치를 알릴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11월 9일 김병찬이 점심시간쯤에 언니 직장 근처에 찾아왔는데 ‘출퇴근할 때 칼을 찔리고 싶냐. 불안하게 되고 싶냐’ 이런 말을 하면서 언니를 위협했다. 언니가 무서우니까 미리 설정해 둔 휴대폰 구조요청(SOS) 기능을 눌렀다. 그게 언니 친구들한테 가게 돼 있었다. 그때 언니의 정확한 위치가 찍힌 문자랑 로드뷰가 발송돼서 언니 친구들이 살인범과 같이 있던 언니를 분리해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희 언니는 보호받지도 못한 채 하늘나라로 갔다. 저희가 올린 청원에 동의 좀 해 달라”고 간청했다.

지난 24일 유족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청원은 26일 오후 1시 기준 2만3500여 명이 동의한 상태다. 청원마감인 12월 24일까지 20만 명이 동의해야 청와대의 답변을 들을 수 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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