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간 추징 못한 956억…검찰 “전두환 사망했지만 방법 검토”

  • 뉴스1
  • 입력 2021년 11월 23일 11시 34분


코멘트
전두환 전 대통령이 향년 90세로 사망한 23일 서울 마포구 세브란스병원 신촌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 앞 전광판에 고인의 영정이 나오고 있다. 2021.11.23/뉴스1 © News1
전두환 전 대통령이 향년 90세로 사망한 23일 서울 마포구 세브란스병원 신촌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 앞 전광판에 고인의 영정이 나오고 있다. 2021.11.23/뉴스1 © News1
검찰이 23일 사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미납한 956억원 규모의 추징금 집행에 대해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로 추징금이 확정된 후 24년이 지났음에도 절반 가량이 환수되지 못한 가운데, 형사소송법상 당사자 사망시 미납 추징금 집행절차는 중단되기 때문에 사실상 추가 환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1997년 대법원이 전씨에게 추징금 2205억원의 확정 판결을 내린 뒤 검찰이 현재까지 환수한 재산은 1249억원이다. 전체의 약 57%다. 956억원가량이 미납 추징금으로 남아있다.

앞서 전씨는 2013년 9월 대국민 사과와 함께 미납 추징금 1672억원을 모두 내겠다고 장남 재국 씨를 통해 밝힌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당사자 사망이지만 추가 환수 여부에 대해서는 단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에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추징금은 상속되지 않는데 다른 가능성은 없는지 살펴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법무부령인 ‘재산형 등에 관한 검찰집행사무규칙’ 25조에 따르면 납부의무자 사망시 ‘집행불능’으로 결정된다. 형사소송법 478조는 예외적으로 몰수 또는 조세, 전매 기타 공과에 관한 법령에 의해 재판한 벌금 또는 추징은 그 재판을 받은 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상속재산에 대해 집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전씨의 추징금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전씨 사후에도 미납추징금을 추징·몰수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아직 계류 상태다.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당사자가 사망하면 집행이 어려운 게 원칙”이라며 “다만 재산이 제3자 명의 재산이고 공무원범죄몰수법 등 다른 근거법률에 의해 추징집행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 비엘에셋 대표이사가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운구차를 떠내 보낸 후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21.11.23/뉴스1 © News1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 비엘에셋 대표이사가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운구차를 떠내 보낸 후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21.11.23/뉴스1 © News1
지난해까지 총 1235억원을 환수한 검찰은 올해 들어 약 14억원을 추가 집행했다. 지난 7월 전씨의 장남 재국씨가 운영하고 있는 출판사 ㈜시공사로부터 3억5000만원을 추징했고, 지난 8월 전씨 일가 소유 경남 합천 선산을 공매에 넘겨 10억원 상당을 추가 집행했다. 선산 토지가 대부분 임야이고 전씨 선친의 묘소로 조성돼 있는 등 활용가치가 낮아 공매 개시 7년만인 지난 7월에야 10억5350만원에 낙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1997년 내란·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함께 2205억원의 추징금을 확정받았다. 그해 12월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그는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며 사실상 추징금 납부를 거부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추징금은 벌금과 달리 형벌이 아니기 때문에 추징금을 내지 않더라도 노역형이 부과되지 않는다.

문제의 ‘29만원’ 발언은 2003년 법정에서 나왔다.

2003년 2월 검찰의 신청을 받은 법원은 전씨에게 재산목록을 제출하라며 재산명시 명령을 내렸다. 당시 법정에 출석한 전씨 측은 판사에게 재산목록이 기재된 서류를 제출했는데 재산목록에는 진돗개, 피아노, 그림, 병풍, 응접세트, 카펫, 에어컨, 텔레비전, 냉장고, 시계, 도자기, 컴퓨터, 식탁세트 등 총 수억원 상당의 품목이 들어 있었다. 당시 제출한 예금 등 현금액수가 문제의 29만1000원이었다. 당시 판사가 골프나 해외여행을 무슨 돈으로 다니는지, 골프비는 내주는 주변인들이 추징금 낼 돈을 주지는 않는지 질문하자, 전씨는 “겨우 생활할 정도라 추징금을 낼 돈이 없었다”고 답했다.

전씨의 미납 추징금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되자 2013년 서울중앙지검은 특별환수팀을 구성하고 자금추적 및 관련자 조사로 미납 추징금을 집행에 착수했다.

또한 같은해 ‘전두환 추징법’이라 불리는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개정안이 통과돼 추징 시효가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되고 제3자에게 넘어간 불법 재산까지 추징할 수 있게 됐지만 한계는 여전하다. 현행법상 범죄수익으로 지정돼 있지 않거나 범죄자의 사망·도주·해외도피·인적사항 불특정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환수 자체가 불가능하다.

검찰의 압수수색 등 압박이 강해지자 전씨는 미납 추징금 1672억여원에 대한 납부 방침과 함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당시 전씨 장남 재국씨는 “앞으로 우리 가족 모두는 추징금 완납 시까지 당국의 환수 절차가 순조롭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2015년 한미 사법공조를 통해 미국 법무부가 전씨 일가의 미국 내 재산 122만 달러(당시 13억4000만원)를 몰수했다.

그러다 전씨 일가는 2018년 연희동 자택 압류 등 처분에 반발하며 입장을 바꿨다. 2018년 12월 연희동 자택의 공매절차가 시작되자 자택 중 별채의 명의자인 셋째 며느리 이윤혜씨가 법원에 ‘재판의 집행에 관한 이의 신청’을 냈다. 부인 이순자씨도 2019년 2월 자택 공매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냈다.

이윤혜씨가 낸 압류처분 무효소송은 지난 8월 2심에서도 패소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공매처분 무효소송도 지난 11일 2심에서 패소했다. 이씨는 아직 상고하지 않았다. 또 이순자씨가 캠코를 상대로 낸 공매처분 취소송은 현재 1심 재판 변론이 종결되고 선고만 남은 상태다. 아직 선고기일은 잡히지 않았다.

한편 지난해 11월 서울고법은 전씨 측이 제기한 집행이의 신청사건에서 본채 및 정원의 압류처분을 취소했다. 다만 셋째 며느리 이윤혜씨가 소유한 별채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윤혜씨 소유 별채에 대한 2013년 압류처분은 적법하다”면서도 “전씨 부인 이순자씨 명의의 본채, 비서관 명의의 정원에 대한 2013년 압류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한다”는 원심 결정을 확정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