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진행중인데 내 성적 위치 알수 없어”… 학교도 “상담 난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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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혼란]선택과목 수능 첫해 입시현장 혼란

종로학원이 19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동문회관에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주요 입시업체 중 
처음으로 입시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이 학원에서 배부한 배치표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이번 수능은 문·이과 
통합 수능이라 입시전략 설정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종로학원이 19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동문회관에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주요 입시업체 중 처음으로 입시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이 학원에서 배부한 배치표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이번 수능은 문·이과 통합 수능이라 입시전략 설정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실시된 18일. 매년 발 빠르게 정보를 내놓던 입시업체들이 이번에는 더디게 움직였다. 통상 오후 7, 8시에는 영역별로 등급 커트라인(구분점수)을 공개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장 빠른 곳이 오후 8시 30분이었고, 아예 발표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대성학원과 유웨이는 수능 도입 후 처음으로 이 점수를 구간으로 공개했다.

#2.
만점자 소식도 뜸하다. 주요 대입학원은 통상 재수생까지 합쳐 적으면 5, 6명, 많으면 10명까지 만점자를 배출한다. 그런데 올 수능 다음 날인 19일에는 조용했다. 한 곳만 재수생 1명이 만점자라는 소식을 전했다.

이처럼 2022학년도 수능은 여러 면에서 과거 수능 때와 다른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1994학년도 이후 28년 만에 문·이과 통합 체제로 바뀐 게 큰 이유다. 수시모집 대학별 고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수험생들이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도 파악하기 힘들다는 우려가 나온다.

○ 입시업체도 예측 못하는 올해 수능


이번 혼란은 사전에 예견됐다. 올해 수능은 국어와 수학 영역이 ‘공통과목+선택과목’ 형태로 출제됐다. 목적은 학생들이 문·이과 구분 없이 과목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같은 선택과목을 택한 수험생끼리 비교해 성적을 내는 게 아니라,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최종 성적을 산출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줄이기 위해 선택과목 점수를 조정해서 표준점수를 낸다. 수학의 경우 상대적으로 어려운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한 학생이 표준점수를 높게 받고, ‘확률과 통계’는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까지 이과 학생은 수학 ‘가’형, 문과 학생은 수학 ‘나’형을 풀고 각자 성적을 내던 것과 전혀 다른 형태다.

종로학원은 19일 수학 영역의 선택과목 집단별로 공통과목 원점수 평균을 ‘확률과 통계’는 44.3점, ‘미적분’은 56.9점, ‘기하’는 54.3점으로 예측했다. 선택과목으로 미적분을 택한 학생들의 표준점수가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란 뜻이다.

하지만 이 표준점수 변환 예측이 쉽지 않다. 지금까지 선택과목별 응시자 집단의 점수가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어서다. 올 6, 9월 수능 모의평가 때부터 입시업계와 학교에서는 “선택과목 집단별 평균과 표준점수 등을 공개해야 수험생이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어 진학 지도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 대신 점수 유불리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는 상황을 우려해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A입시업체 관계자는 “솔직히 우리가 발표한 등급 커트라인을 보고 점수를 가늠해 보라고 해도 괜찮은 건지 잘 모르겠다. 불안하다”고 전했다.

○ 고교, 대학도 “입시 상담 불가능”

다음 달 10일 성적표가 나와도 올해 진학 지도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통의 정시 상담 절차가 올해는 적용될 수 없다. 통상 모의 지원 시스템은 수험생이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을 입력하면 지원 대학의 영역별 반영 비율과 환산공식을 고려해 점수를 변환한다. 여기에 올해 지원자들이 입력한 데이터와 전년도 합격자 데이터 등을 참고한다. 많은 수험생의 정보가 축적돼 있을수록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입시=데이터 싸움’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올해는 그동안 아무리 많은 정보를 쌓았어도 지난해와 수능 체제가 달라 직접 비교가 불가능하다. 동일한 학과에 지원해도 수험생들이 저마다 다른 선택과목을 택했고, 이들의 점수를 정확히 알 수도 없다.

입시업체들은 성적표가 나온 뒤 수많은 수험생이 입력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추정해 상담에 나선다고 해도, 일선 고교는 아예 손을 쓰기가 어렵다. 서울의 한 고교 교장은 “공교육 현장도 제 나름으로 학생들 수능 점수 자료를 쌓아왔지만 올해는 학교가 진학 지도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수험생들의 불안한 마음을 이용해 음성적으로 고액 컨설팅이 유행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학들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처음으로 12월 중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대입 박람회를 연다. 하지만 전년도 데이터가 의미 없는 상황이다 보니 지원자 상담이 어려워 불참하겠다는 대학도 나온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선택과목#수능#입시현장#수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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