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서 소음” 한밤 찾아가 흉기 공격… 방에 숨은 두딸은 화 면해

여수=이형주 기자 입력 2021-09-28 03:00수정 2021-09-28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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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갈등에… 일가족 4명 참변
한밤 윗집 찾아가 흉기 휘둘러 30대 부부 사망-60대 부모 중상
27일 30대 남성이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어온 윗집 부부를 살해하는 참극이 벌어진 전남 여수시의 한 아파트 사건 현장. 여수=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남 여수시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남성이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던 윗집에 침입해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30대 부부가 숨지고, 이들의 60대 부모가 중상을 입었다. 당시 집안에 있었던 초중학생 두 딸은 방으로 대피한 뒤 문을 잠가 가까스로 범행을 피했다.

전남 여수경찰서는 27일 정모 씨(34)에 대해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여수시의 한 아파트 8층에 사는 정 씨는 이날 0시 33분경 흉기를 들고 윗집인 9층 A 씨의 집을 찾아가 현관문을 두드린 뒤 문을 열고 나오는 A 씨를 공격했다. 정 씨는 곧이어 거실로 침입해 30대인 A 씨의 부인, 60대인 A 씨의 장인, 장모를 향해 잇달아 흉기를 휘둘렀다. A 씨와 부인이 숨지고, 장인과 장모는 중상을 입었다.

정 씨는 범행 20분 만인 이날 0시 55분경 집으로 돌아와 112에 자수했다. 일용직 노동자인 정 씨는 경찰에 “평소 층간소음 문제로 불만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윗집서 소음” 한밤 찾아가 흉기 공격… 방에 숨은 두딸은 화 면해

30대, 부부 살해뒤 거실 부모도 공격
초중생 자매는 방문 잠근 뒤 숨어
범행 20분 뒤 경찰에 자수 전화

주요기사
열흘전 “윗집 시끄럽다” 112 신고
피해자측 “매트 깔고 조용히 다녀”
경찰 “잔혹 범죄, 정확한 동기 조사”


층간소음 불만을 주장하며 30대 부부를 살해한 정모 씨는 어머니 명의로 된 아파트 8층 집에서 2013년부터 혼자 거주해 왔다. 정 씨의 어머니가 반찬을 해주기 위해 정 씨 집에 가끔 방문했다고 한다. 피해자인 A 씨 부부도 같은 해 9층 집에 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랫집에 사는 정 씨와 윗집의 A 씨 가족은 층간소음 문제로 상당 기간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17일 오후 6시 59분경 112에 전화를 걸어 “윗집에서 너무 시끄럽게 한다”고 신고했다. 당시 경찰은 정 씨를 층간소음 관련 민원을 중재하는 국가소음정보시스템 이웃사이센터에 민원을 접수시키라고 안내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때만 해도 정 씨가 피해자 측을 폭행하거나 위협하는 등 불법적인 행위를 한 것은 아니어서 경찰이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일용직 노동일을 하고 있는 정 씨는 A 씨의 집에 인터폰으로 자주 연락을 해 “공부를 하고 있는데 층간소음 때문에 방해가 된다”며 항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A 씨의 지인은 “정 씨가 지속적으로 항의를 해와 피해자 가족들이 바닥에 매트를 깔고 조심조심 걸어 다닐 정도로 항상 신경을 썼다”며 “피해 부부의 자녀도 조용히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딸인 데다 둘 다 10대여서 집에서 시끄럽게 뛰어놀 나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아파트가 지어진 지 10년도 안 됐고 튼튼한 편이어서 그동안 층간소음 문제가 거의 없었다”며 “공동주택이면 어느 정도의 소음은 피할 수 없는데 범행을 저지른 정 씨가 지나치게 민감했던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는 2011년 말 준공됐다.

소규모 음식점을 운영하는 A 씨 부부는 사건 발생 2시간 반 전인 26일 오후 10시경 가게 일을 마치고 귀가했다. 정 씨가 찾아와 현관문을 두드렸을 때 A 씨 부부는 잠을 자려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씨의 장인과 장모는 외손녀들을 돌보기 위해 딸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 A 씨의 지인은 “피해자 부부는 아르바이트생도 없이 둘이서 장사를 하며 열심히 살았고,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는 얌전한 사람들”이라며 “정 씨가 너무 예민한 성격이라 피해자 가족들이 그동안 힘들어했다”고 했다.

정 씨는 범행 당시 술을 마시거나 약물을 복용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 씨는 평소 이웃들과 거의 교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씨는 경찰에 검거되는 과정에서도 담담한 태도를 보였고, 경찰서 유치장에서도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씨는 최근 이사를 가려고 준비했다고 한다.

정 씨는 범행 당시 다친 왼손과 입술 봉합 처치를 받은 뒤 변호인이 동석한 가운데 경찰 조사를 받았다. 정 씨는 “숨진 A 씨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층간소음 문제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은둔형 외톨이’인 것으로 보이는 정 씨에 대해 반사회성 검사를 할 계획이다. 정 씨는 정신과 치료 병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정 씨가 층간소음 문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잔혹한 범죄를 저질러 정확한 범행 동기를 꼼꼼하게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인 A 씨의 두 딸은 사건 당시 머물고 있던 방의 문을 잠근 뒤 숨어 화를 면했다. 하지만 두 자매는 극심한 충격을 받아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여수=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층간소음#흉기 공격#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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