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빵 안 먹어”, “이천쌀 아니죠?”…무료급식소서 벌어진 황당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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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8월 13일 19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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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집’ 김하종 신부 페이스북.
‘안나의집’ 김하종 신부 페이스북.
노숙인을 위한 무료급식소 ‘안나의 집’을 운영하는 김하종 신부가 급식소를 이용하면서 무례한 요구를 하는 사람들 때문에 당황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김하종 신부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이상하다…혹시 우리 안나의집 호텔 레스토랑처럼 메뉴판을 준비해야 되나?”라며 운을 뗐다.

그는 “어제는 노숙인 분들에게 도시락과 다음날 아침으로 드실 빵도 드렸다”며 “그런데 한 할머니께서 빵 봉투를 받으시고 열어보시더니 ‘전 이런 빵 안 먹어요. 파리바게트 단팥빵 없을까요? 있으면 바꿔주세요’라고 했다”고 전했다.

또 어느 날은 어떤 할아버지가 도시락을 받아 간 뒤 다시 와 “신부님 이거 이천 쌀 아니죠? 이천 쌀 아니면 안 먹어요. 다음부터 이천 쌀로 밥해주세요”라고 요구한 적도 있다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올해부터 음식과 함께 물을 지급하고 있는데 물을 받은 일부 노숙인이 “물이 너무 따뜻해! 다음부턴 시원하게 얼려서 줘!”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김 신부는 “이런 요구를 들을 때마다 많이 당황스럽다”며 “위에서 말한 것처럼 메뉴판을 준비해야 하나 싶을 정도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도시락, 간식, 후원 물품들은 당연하게 있는 것들이 아니다. 많은 분들의 후원 그리고 봉사자, 직원분들의 사랑과 노고가 있기에 있을 수 있다”며 “이 점을 알고 당연한 마음이 아닌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 가 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김 신부의 글을 본 누리꾼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누리꾼들은 “그냥 먹지 마라”, “봉사하고 싶은 마음도 사라지겠다”, “배고프면 따질 겨를도 없다”는 등 분노의 반응을 보였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외제차를 탄 모녀가 ‘안나의 집’을 찾아 무료 도시락을 받으려 한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을 사기도 했다. 김 신부는 “어떻게 오셨냐. 좋은 차도 있고 따님도 있어 여기 오시면 안 된다. 도시락이 모자라다”며 이들을 막아섰지만 여성은 “이 분은 우리 어머니고, 여기 공짜밥 주는 곳 아니냐. 왜 막냐”면서 오히려 언성을 높였다고 한다. 이 사실을 접한 누리꾼들은 모녀의 뻔뻔한 행태를 비판했다.

한편 지난 1990년 한국에 온 김하종 신부는 1992년부터 성남에서 사회복지법인 ‘안나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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