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또 ‘도로 조국당’… “정경심 판결 가혹” “쥐어짠 혐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2일 21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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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또 ‘도로 조국당’이 됐다. 대선 승리를 위해 그토록 건너려 했던 ‘조국의 강’으로 대선 주자들이 앞장서 유턴한 꼴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항소심 판결에 대해 일제히 검찰과 사법부를 공격하고 나섰다. 여권 안에서 ‘자충수’논란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10일 송영길 대표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기간을 두고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위선을 혁파하는 변화의 출발이었다”고 말했다. 송 대표 출범 이후 당 안에선 “드디어 조국의 강을 건넜다”는 자평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경선을 앞두고 강성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을 바라보는 주자들은 다시 앞다퉈 ‘조국’을 소환하고 있다.

● ‘조국 수호’ 자처하는 與 후보들
이낙연 전 대표는 전날 재판 결과가 나오자 “조국 전 장관과 함께 하겠다”며 주자 중 가장 먼저 메시지를 냈다. 이 전 대표는 12일에도 YTN라디오에서 “따님의 인턴 증명서 등이 모두 유죄라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징역 4년감인가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있을 것 같다”며 “저희의 감각으로는 가혹하다, 과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전날 페이스북에 “새로운 정황과 증언들에도 불구하고 1심 형량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너무 가혹한 결정”이라며 “고초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낼 정 교수와 조 전 장관 가족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썼다.

이 지사 측은 이 지사가 전면에 나서진 않았지만 ‘친조국’ 강경파인 김남국 의원이 앞장섰다. 김 의원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캠프의 수행실장을 맡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과연 사법부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을까”라며 “부디 상고심에서는 제대로 된 올바른 판단이 있기를 바란다”고 사법부를 압박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사건 수사를 지휘한 한동훈 검사장을 직접 공격하고 나섰다. 추 전 장관 캠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한동훈 검사장은) 있지도 않은 권력비리를 내세워 나라를 둘로 쪼개고 한 가족을 도륙 낸 주범”이라고 직격했다. 전날 “특수통 검사들의 낡은 수사기법에 불과한 먼지털기식 별건 수사의 희생양이 된 것은 아닌지 답답하다”고 한 데에 이어 “한 씨의 지휘 아래 마른 수건 쥐어짜듯 뽑아낸 혐의들”이라며 연일 공세 수위를 올리고 있다.

박용진, 김두관 의원은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 “대선 본선까지 ‘조국 사태’ 악영향 우려”

유력 주자들의 ‘조국 감싸기’에 민주당 안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송 대표가 취임 후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를 하면서 간신히 일단락됐던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며 “이대로라면 내년 대선 본선에서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는 4·7 재·보궐선거 참패의 주요 요인으로 ‘조국 사태’를 꼽은 바 있다. 당 관계자는 “아무리 경선을 앞두고 친문 표가 중요하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사법부 판결을 맹공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송 대표의 조국 사태 사과는 무늬만 사과인 가짜 사과”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이 정권의 대표 라벨인 ‘내로남불’이 더 강화되고 있다”고 맹공했다. 김용태 청년 최고위원도 이 전 대표를 향해 “차라리 대통령이 되면 조국 일가를 사면하겠다고 말하라”고 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도 논평을 통해 “‘조국기 부대’를 향한 아부인가”라며 “진실을 마주하기보다 조국기 부대의 지지가 더 필요하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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