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애호박 112t 주문…농민의 눈물 닦아준 이틀의 기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6일 21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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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안정 위해 폐기 보도 직후 주문 쇄도
재경 향우회 차원에서도 단체 주문 움직임

최문순 화천군수가 애호박 산지폐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화천군 제공
최문순 화천군수가 애호박 산지폐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화천군 제공
생산량 증가와 가격 폭락으로 산지폐기 위기에 처한 강원 화천산 애호박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26일 화천군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애호박 주문이 쇄도해 이틀 동안 112t이 예약됐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화천군은 전날 애호박 국내 최대 주산지인 화천의 애호박이 가격안정을 위해 대량 폐기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가자 애호박 농가들의 시름을 덜어주기 위한 국민의 성원이 답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천군이 직영하는 농산물 온라인 쇼핑몰 ‘화천 스마트마켓’에 1만 건의 주문이 접수됐다. 스마트마켓은 주문이 몰려 소화물량을 초과하자 구매 페이지를 막을 수밖에 없었다. 또 우체국 쇼핑몰에서도 25일 배정된 2000상자 완판에 이어 26일 오전에도 불과 1시간 만에 하루 배정량인 2000상자가 매진됐다. 이번 판매 물량은 1상자에 6000원으로 산지폐기 보상가인 5200원에 비해 다소 높게 책정됐다.

화천산 애호박에 대한 산지폐기가 진행 중이다. 사진 화천군 제공
화천산 애호박에 대한 산지폐기가 진행 중이다. 사진 화천군 제공
주문량은 8㎏짜리 1만4000상자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화천지역에서 일주일 동안 서울 가락동농수산물시장에 출하하는 물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당초 정부와 농협이 예정한 화천산 애호박 213t의 절반이 넘는 양이 이틀 사이에 판매된 셈이다. 더욱이 재경 화천군민회가 회원 등을 대상으로 주문을 접수 중이어서 판매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화천군은 당초 예정된 물량은 산지폐기하지만 추가 폐기 등은 상황을 지켜보며 결정하기로 했다.

일시적인 주문 폭주에 대해 화천군과 재배농가, 농협 등은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2주일 동안 연장된 수도권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산지폐기와 소비로 300여t 이상의 물량이 시장에서 격리되더라도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한 가격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화천군은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국민들의 성원은 화천 애호박 농가에 큰 힘이 됐다는 판단이다. 화천 스마트마켓 관계자는 “주문이 소화물량을 초과해 배송에 일부 차질이 우려되지만 이를 재촉하는 소비자는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많은 분들이 농가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셔서 너무 고맙다”며 “여전히 어려운 상황인 만큼 화천산 애호박에 지속적인 관심과 구매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일반 애호박 1상자는 16~22일 평균가격이 3889원에 형성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9026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다.


화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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